"中·日에 몰린 공급망 다변화 시급…금리인하·추경 섣불러"

입력 2020-02-12 17:31   수정 2020-02-13 01:09


한국의 주요 경제학회장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기업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을 설계하고 기업의 부품 공급 채널을 다변화할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등 단기적 정책카드를 꺼내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장기침체 밀어넣을 방아쇠”

한국경제학회장 한국경제통상학회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 한국재정학회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긴급 인터뷰에서 “얼어붙은 기업·가계 심리가 ‘코로나19 쇼크’로 더욱 위축되면서 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을 수 있는 만큼 민간 투자심리를 북돋을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코로나19 쇼크가 한국의 수출·소비를 옥죄면서 발생한 경제적 충격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 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현대자동차 등의 생산라인이 코로나 사태로 멈추면서 전·후방산업이 모두 타격을 받는 이른바 ‘물결효과’가 진행되고 있다”며 “공장을 재가동하면서 떨어진 품질과 수율(정상 제품 비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업들의 손실이 상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덕근 국제통상학회 회장 겸 무역구제학회 회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고성장기에서 성장세 둔화기로 바뀌는 변곡점에 들어선 중국 경제가 이번 사태와 미국과의 무역분쟁을 동시에 겪으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며 “코로나19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장기 침체 국면으로 밀어넣을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성환 한국금융학회 회장(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은 “금융시장의 경우 과거 사례를 보면 전염병 충격 직후 회복되기까지 평균 6개월가량이 걸렸다”며 “최근 주식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퍼지는 낙관적 인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장들은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론에 대해서는 ‘스테로이드 처방’에 비유하며 부작용이 크다고 평가했다. 홍종호 한국재정학회 회장(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은 “올해 정부 예산이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벌써부터 추경 얘기를 하면 코로나19에 대한 국민 불안만 커진다”고 말했다.

송치영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은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기업과 가계가 기준금리를 내려도 투자·소비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산업 구조조정 고삐 죄야”

학회장들은 코로나19로 확산된 불안 심리를 안정화하는 동시에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종호 회장은 “생명과 직결되는 전염병 확산 사태는 민간 심리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한다”며 “정부가 관련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제공해 불안감을 걷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환 회장은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책금융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실 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고 기업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인호 회장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때는 산업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이른바 ‘청소 효과(cleansing effect)’가 나타났다”며 “이 시점에서 산업 구조조정과 민간 활력을 개선하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덕근 회장은 “동아시아 공급망 체계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에 몰려 있는 한국 기업의 부품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민간 경제의 활력을 키우는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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