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3》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상륙한 이듬해인 1493년부터 이뤄진 광범위한 인류의 경제적·생태적 변화를 다룬다.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이전 아메리카 인디언의 문명과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낸 《1491》의 후속작이다. 저자는 미국 시사전문매체 애틀랜틱 기자 출신으로 르포 작가가 된 찰스 만이다.
그는 “콜럼버스의 발견 이후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 생태계 전반에 가장 막대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이때부터 ‘호모제노센(homogenocene: 균질화·동질화된 인류 삶)’이 급격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대륙의 무역권에 끼어들고 싶었던 유럽인의 욕망이 분출되면서 여기저기 충돌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16세기 교역과 경제 시스템이 태동했고, 19세기로 접어들 무렵엔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됐다.
의도치 않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콜럼버스 원정대는 1492년 히스파니올라 섬(현재의 도미니카공화국)에 도착한 직후 오한과 열병에 시달렸다. 이들은 그 원인을 원주민 여성들 탓으로 돌렸다. 항해일지엔 이렇게 적었다. “여긴 여자가 많은데 조신하지 않고 깔끔하지도 않다. 그들(콜럼버스 남자 원정대들)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이 질병을 성병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질병학자들은 이를 스페인에서 유행했던 말라리아로 본다. 병원균 운반자도 콜럼버스 원정대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1492년 이전엔 아메리카 대륙에 말라리아와 천연두, 황열병 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속에서 수개월 동안 잠복하는 말라리아 병원균은 보균자의 피를 빨아들인 한 마리 모기에 의해 한순간 광범위하게 퍼져나간다. 히스파니올라 섬엔 그런 모기가 많았을 뿐이다.
게다가 이 배에는 소, 양, 말 등 가축은 물론이고 사탕수수, 밀, 감자 등도 실려 있었다. 온갖 동식물이 함께 있었으니 지렁이, 바퀴벌레, 병원균 등이 생겼다. 이들의 행군과 이후 이뤄진 유럽인들의 상륙은 전 세계 생태 시스템까지 뒤흔들어 놨다.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는 거의 인식하지 못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이때부터 형성된 경제·생태 시스템을 통해 하나로 뒤엉켜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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