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아프면 연골이 상한 퇴행성 관절염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관절 통증은 다양한 원인 때문에 생긴다. 근육의 움직임을 돕는 점액낭에 출혈이나 염증이 생기는 점액낭염도 통증을 일으키는 대표 질환이다. 이정훈 목동힘찬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무릎에 딱딱한 것이 만져지는 느낌이 있거나 부어오를 때, 주변이 빨갛게 달아오를 때 무릎 점액낭염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점액낭은 근육과 근육, 뼈와 근육 사이에서 근육이 잘 움직이도록 돕는 액체 주머니다. 자극으로 인해 점액낭에 출혈이나 염증이 생기는 것을 점액낭염이라고 한다. 점액낭이 있는 부분에는 어디든 생길 수 있다. 무릎 앞부분 충격 완화 역할을 하는 점액낭에 많이 생긴다. 어깨, 팔꿈치, 고관절에 생기기도 한다.
무릎 주위 여러 점액낭 중 염증이 쉽게 생기는 것은 슬개골 점액낭이다. 슬개골은 무릎 앞쪽 튀어나온 부분을 말한다. 자주 쪼그려 앉거나 무릎을 꿇는 자세를 많이 하면 슬개골 주변 점액낭에 염증이 생겨 통증을 호소한다. 중년 주부는 무릎 점액낭염을 퇴행성 관절염으로 혼동하기도 한다. 관절염 통증은 시큰한 느낌이지만 점액낭염 통증은 열이 나는 것처럼 화끈거리는 통증을 호소한다. 단순 염증이라면 약물로 치료하지만 재발하면 제거수술을 하기도 한다.
어깨에는 8개의 점액낭이 있다. 견봉하 점액낭염이 흔하다. 견봉과 위팔뼈(상완골)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는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어깨는 체중 부하를 받지 않지만 팔을 머리 위로 올리거나 회전하는 동작을 반복하면 염증이 생기기 쉽다. 어깨 자극이 지속되면 힘줄과 근육에 스트레스가 전해져 힘줄 손상이나 파열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팔꿈치 부분에도 점액낭염이 생긴다. 주두 점액낭염이다. 딱딱한 표면에 팔꿈치를 계속 대면 생길 위험이 높아져 학생 주관절이라고도 불린다.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거나 서 있을 때, 운동을 많이 해 점액낭에 마찰이 많이 생겼을 때 고관절 점액낭염이 생기기 쉽다.
고관절 주위에는 18개의 점액낭이 있다. 이 중 좌둔 점액낭염, 장요 점액낭염, 대전자부 점액낭염이 주로 문제된다. 좌둔 점액낭염은 엉덩이 밑에서 만져지는 뼈 부분 점액낭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술 마신 다음날 유독 고관절이 뻐근하다면 좌둔 점액낭염일 가능성이 높다.
척추부터 대퇴골까지 이어지는 근육인 장요근의 건과 고관절 막 사이에 있는 점액낭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장요 점액낭염이라고 한다. 대전자부 점액낭염은 허벅지 바깥 쪽으로 돌출한 대퇴골의 대전자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고관절 점액낭염 중에 가장 많다. 달리기를 자주 하는 사람이나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사람에게 흔하다. 엉덩이 위부터 다리 쪽으로 통증이 퍼지고 무릎이나 발목까지 통증을 호소하기도 해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점액낭염은 엑스레이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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