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꽃이 피지, 황홀하지, 그림같지

입력 2020-02-16 15:08   수정 2020-02-16 15:10

눈을 감으면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청명한 공기와 짙푸른 바다가 그리운 계절, 편안한 미소가 인상적인 피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피지에 가면 어린아이처럼 밝은 미소를 가진 피지사람들이 ‘불라(Bula, 안녕)’라고 인사를 건넨다. 온화한 날씨에 살랑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그들과 눈을 마주하면 마술처럼 마음 속 근심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사랑스러운 섬에서 ‘잠시 멈춤’

피지는 남태평양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세계 곳곳의 여행자들이 몸과 마음에 쉼표를 찍으러 날아간다. 사람들은 복잡한 일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따스한 날씨 아래 나른한 휴식을 즐기고 달콤한 낭만을 누린다. 피지에는 비티 레부(Viti Levu)와 바누아 레부(Vanua Levu)를 중심으로 300여 개가 넘는 섬이 모여 있다. 크기는 약 1만8333㎢로 경상북도와 비슷하다. 수도는 비티 레부 남동쪽에 있는 수바(Suva)지만, 여행의 허브는 수바에서 182㎞ 떨어진 난디(Nadi)다. 난디는 피지에서 세 번째 큰 도시로, 여행자들은 대부분 난디국제공항을 통해 피지에 들어온다. ‘난디’라는 발음에 물음표를 품을까봐 덧붙이자면 이 발음은 피지어 발음규칙 때문이다. 피지에서는 알파벳 ‘d’를 ‘nd’로 발음하기 때문에 ‘Nadi’라고 쓰고 ‘난디’라고 읽는다.

피지는 그림 같은 풍광과 때 묻지 않은 자연 덕분에 여러 영화에 등장했다.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남태평양’부터 톰 행크스의 열연이 인상적인 ‘캐스트 어웨이’, 브룩 쉴즈 주연의 ‘블루 라군’ 등 눈이 시원해지는 영화들이 피지를 배경으로 했다. 미셸 파이퍼와 피어스 브로스넌, 가수 장윤정과 박진영 등 국내외 스타들의 허니문 여행지로도 이름을 날렸다. 아이돌 그룹 엑소도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한 화보집 ‘디어 해피니스(dear happiness)’를 피지에서 촬영했다.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 취향 따라 천차만별

피지의 첫 번째 매력은 푸른 바다와 새하얀 산호다. 피지는 20도 이상 수온에 빛이 풍부해야 잘 자라는 산호의 서식지로, 곳곳에서 산호를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난디와 수바 사이의 80㎞에 달하는 해안은 코럴 코스트(Coral Coast)로, 해안을 따라 산호가 이어져 있다.


피지의 섬 중 가장 큰 비티 레부 주변에는 아담한 섬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섬이 그다지 크지 않아 섬 하나에 단 하나의 리조트가 들어선 곳이 많다. 둘만의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섬을 비롯해 노부부가 장기간 머무르기 적당한 섬, 어린 자녀와 함께 가족여행에 적합한 섬, 해양 액티비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섬 등 다양하다.

원시 자연을 경험하고 싶다면 ‘캐스트 어웨이’ 촬영지인 몬드리키 섬이 제격이다. 하루 동안 톰 행크스 코스프레를 하며 자연 속에 푹 파묻혀 보는 것도 재미있는 추억이다. 범선 크루즈를 타고 들어가 한나절 즐기고 돌아오는 무인도 티부아도 많이 찾는다. 북적북적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데나라우 섬이 좋다. 데나라우는 난디 도심에서 약 6㎞ 떨어진 섬으로, 복합리조트와 골프클럽이 모여 있다.

피지 리조트의 장점 중 하나는 선택 폭이 넓다는 것으로,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 여행자를 위한 섬도 있다. 비치콤버 섬에 있는 리조트 그랜드 부레(Grand Bure)는 대형 도미토리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푸른 바다와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가장 먼저 해를 맞이하고 싶다면 타베우니 섬으로 여행계획을 세워보자. 피지에는 날짜 변경선이 있어 같은 자리에서 어제와 오늘을 왔다 갔다 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날짜 변경선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로도 알려져 있다.

손쉽게 피지의 자연을 누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은 피지워터를 마시는 것이다. 피지워터는 500년 된 암반에서 퍼올린 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국내 대형마트에서도 판매하지만 현지에서는 가격이 훨씬 저렴한 장점이 있다. 피지워터로 만든 맥주도 잊지 말자. 쌉쌀한 맛의 피지 비터(Fiji Bitter), 알싸한 맛을 내는 피지 골드(Fiji Gold),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인 보누(Vonu) 등 다양한 맛을 맛볼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부터 스카이다이빙까지, 액티비티 천국

야자수 아래에 앉아 푸른 물빛을 보기만 해도 시간이 술술 흐르지만, 피지를 더 역동적으로 경험하고 싶다면 액티비티에 도전해보자. 피지에서는 카약과 요트, 서핑, 제트스키, 패러 세일링 등 수많은 해양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스쿠버다이빙이 인기가 높다. 피지는 산호 천국으로 390여 종의 산호가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1200여 종의 열대어가 서식하고 있어 투명한 물 속에서 어여쁜 산호와 알록달록한 물고기를 볼 수 있다. 다이빙 경험이 없어도 2~3시간 강습으로 쉽게 배울 수 있고 4일이면 다이빙 자격증 도전도 가능하다.

스쿠버다이빙만큼 사랑받는 액티비티가 스카이다이빙이다. 하늘에서 피지의 푸른 바다와 수백 개 섬을 한품에 안는다. 경비행기를 타고 20분쯤 비행하다가 1만4000피트 지점에서 자유낙하하는데, 하늘에서 다이빙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아드레날린이 샘솟는다. 짧고 강렬하다. 자유낙하가 끝나면 낙하산을 펴고 천천히 땅을 향해 내려간다. 낙하산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더 넓고 짙다.

인기 스포츠로 골프를 빼놓을 수 없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한 퍼팅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다양한 난이도의 골프장이 있으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골프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다. 피지는 세계적인 골퍼 비제이 싱이 태어난 나라로, 싱이 설계에 참여한 골프장도 있다.

카사바와 달로를 아시나요?

피지 문화가 궁금하다면 난디 시장을 놓치지 말자. 피지언(Fijian)의 식탁을 책임지는 전통시장으로 과일과 채소가 산처럼 쌓여 있다. 시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재료는 카사바와 달로다. 고구마처럼 생긴 카사바(Cassava)는 피지에서 주식으로 먹는다. 카사바와 함께 피지를 대표하는 식재료는 달로(Dalo)다. 달로는 토란과에 속하는 구근식물로 동글동글 귀엽다. 섬유질이 많으며, 주로 익혀서 먹는다.

난디 시장에는 특이하게 코를 자극하는 향신료를 비롯해 커리 등 인도 식재료가 많다. 여기에 피지의 역사가 숨어 있다. 과거 피지의 주요 작물은 사탕수수로, 영국 식민지 때 인도인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피지에 건너왔다. 이후 인도사람들이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살기 좋은 피지에 자리를 잡은 것. 피지 곳곳에 인도의 색과 향이 묻어 있는 이유다. 인도인은 피지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난디 시내에는 정교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힌두사원 스리시바 수브라마니야 스와미가 우뚝 서 있다.

전통음료 카바 마시며 ‘우리는 친구’

아름다운 자연, 다채로운 문화와 함께 피지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낙천적인 사람들이다. ‘불라’라고 인사를 건네면 ‘불라, 불라’라고 화답한다. 피지의 전통문화와 자연을 한꺼번에 만나고 싶다면 아트빌리지로 향하자. 피지의 민속촌으로, 전통가옥과 생활방식을 볼 수 있다.

피지의 전통 요리법인 로보(Lovo)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로보는 돌을 채운 큰 구덩이에 불을 때서 천천히 고기를 익히는 조리법으로, 돌 위에 코코넛 잎으로 싼 고기를 올려 쪄서 만든다. 2시간 정도 흐르면 코코넛 향기가 고기에 은근하게 들어가 담백한 고기 요리가 완성된다.

아트빌리지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카바를 마시는 전통 환영의식이다. 카바는 후추나무과 양고나(Yaqona)라는 뿌리로 만든 음료로, 한 모금만 마셔도 입술과 혀가 얼얼하다. 알코올 성분은 없지만 독특한 성분 때문에 마치 술을 마신 기분이다. 빌로(Bilo)라는 코코넛 껍질로 만든 컵에 카바를 담아 손님에게 건네면 손님은 박수를 한 번 치고 ‘불라’라고 외친 후 카바를 한 번에 마신다. 모두 마신 후 손뼉을 세 번 치고 ‘비나카(Vinaka,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 환영의식이 끝난다. 처음 치는 박수는 마실 준비가 됐다는 뜻이고, 마신 후 치는 손뼉은 고마움의 표시다.

피지의 특이한 문화 중 하나는 전통 치마다. 피지의 대표 의상이 ‘술루(Sulu)’인데,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입는다. 남학생 교복도 ‘치마’인 술루인 데다 평상복으로 입는 이도 적지 않다. 또 피지에서는 머리에 꽃을 꽂은 남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피지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이사레이(Isa-Lei)’다. ‘이사레이’는 이별 후 재회를 희망하며 부르는 피지 전통 노래로, 애절한 음이 가슴에 깊이 남는다. 아름다운 바다와 다채로운 문화, 넉넉한 마음과 잊지 못할 미소까지 어우러진 피지.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피지=글·사진 채지형 여행작가 travelguru@naver.com

여행정보

피지로 가는 직항 편은 없다(2019년 10월 대한항공 직항 노선 중단). 호주 시드니나 브리즈번을 경유하는 대한항공 또는 홍콩을 경유하는 피지항공·캐세이퍼시픽을 이용한다. 대한항공은 약 16시간, 피지항공과 캐세이퍼시픽은 약 18시간 걸린다. 날씨는 열대해양성 기후로, 연평균 23~28도이며 1년 내내 맑다. 우리나라와 시차는 3시간으로, 오전 8시일 때 피지는 11시다. 화폐는 피지달러(FJD)를 사용한다. 1FJD는 약 540원(2020년 2월 기준). 비자 없이 4개월간 여행할 수 있다. 전기는 240V 50Hz로, 호주처럼 꽂는 곳이 세 개인 플러그를 사용한다. 영어가 공용어이며, 피지어와 힌디어가 함께 쓰인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