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보면 포인트 주는 버즈빌…티끌 모아 '유니콘' 도전

입력 2020-02-18 17:11   수정 2020-02-19 02:11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일대기를 담은 소설을 읽던 소년은 가슴이 뛰었다. “나도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들어 세상을 바꾸고 싶다.”

호기심이 많은 그에게 부모는 방 하나를 작업실로 내줬다. 이것저것 자유롭게 시도해보라는 배려였다. 소년이 스케치북에 그린 설계도를 실물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발명품에 쓰일 틀을 제작하기 위해 낚시용 납을 녹이느라 멀쩡한 냄비를 태우기도 했다. 초등학생 시절인 1996년 특허청 주관 발명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데는 부모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이제 네 번의 창업, 두 번의 엑시트(자금 회수)를 거친 중견기업인이다. 30여 개국에서 매출 350억원 이상을 낸 연쇄 창업가이기도 하다. 보상형 광고 플랫폼 스타트업 버즈빌의 창업자 이관우 대표(36) 이야기다. 버즈빌은 벤처투자업계가 꼽은 차세대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후보 중 하나다.

발명가 소년, 연쇄 창업가가 되다

버즈빌은 2012년 설립됐다. 모바일 잠금화면에 광고를 내는 서비스로 이름을 떨쳤다. 최근엔 모바일 광고 시장 전반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제휴사가 제공하는 소정의 포인트를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OK캐쉬백 등 범용성이 높은 포인트를 받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호응이 상당하다.

이 대표의 첫 창업 아이템은 바코드 기술이었다. 대학 학부 시절, 간편 조리식품에 바코드를 붙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조리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전자레인지가 알아서 시간을 결정해 준다. 이 대표는 이 사업 아이템을 2009년 네이버에 35억원에 매각했다. 첫 엑시트였다.

불법 복제 콘텐츠를 찾는 솔루션인 포스트윙을 거쳐 2010년엔 음식점 할인쿠폰을 판매하는 데일리픽을 선보였다. 데일리픽도 ‘대박’이 났다. 소셜커머스에 익숙한 소비자가 많아지자 2011년 티켓몬스터가 그의 회사를 100억원에 사들였다.

그가 다음으로 주목한 것은 광고였다. 시작은 모바일 잠금화면에 광고를 얹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제휴 업체의 포인트를 보상(리워드)으로 제공해 경쟁 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해외 시장도 함께 공략했다. 2013년 일본에, 2014년엔 대만에 진출했다. 2016년에는 미국 잠금화면 기업 슬라이드조이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인도 파키스탄 잠금 앱 1위인 슬라이드도 사들였다.


리워드형 광고 플랫폼으로 변신

잠금화면 광고로 승승장구하던 2017년 10월, 갑작스러운 위기가 닥쳤다. 구글이 일반 앱에 잠금화면 모듈을 넣어 광고수익을 올리는 것을 금지했다. 애초에 잠금기능이 주 목적인 앱이 아니라면 광고기능을 넣지 말라는 얘기였다. 잠금화면 광고가 안착해 스케일업을 준비 중이던 버즈빌 입장에선 직격탄을 맞은 셈이었다.

구글이 부여한 유예기간은 두 달. 버즈빌은 주요 포인트 회사를 공략했다. 해당 회사 앱에 리워드형 광고를 넣을 수 있는 모듈을 결합하는 게 궁리 끝에 짜낸 아이디어였다. 이 대표는 “이전엔 잠금화면 앱만 깔면 됐는데 포인트사 앱까지 설치하도록 유도해야 했다”며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그때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버즈빌의 보상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의 충성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구글의 새 정책이 시행된 2018년 주춤했던 버즈빌은 하반기부터 다시 속도를 내며 상승세를 탔다. 사용자를 정교하게 타기팅하는 머신러닝 기반 기술은 이용자를 구매까지 유도하는 데 높은 성과를 냈다. 이 대표는 “지난해 국내 주요 커머스업체를 대상으로 보상형과 비보상형 광고를 비교한 결과 광고수익률은 두 배 이상, 클릭 한 건당 구매가 일어나는 비율은 최대 3.3배까지 높았다”고 설명했다.

버즈빌의 새로운 목표는 영토 확장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광고에도 리워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공동투자 협의체 메가세븐클럽에서 205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메가세븐클럽은 산업은행, LB인베스트먼트 등 6개 벤처캐피털사가 유니콘기업 육성을 위해 세운 ‘연합군’이다.

이번에는 어떤 엑시트를 꿈꿀까. 이 대표는 “버즈빌을 한국에서 태동한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두 번의 엑시트로 성공한 창업자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호흡이 너무 짧았어요. 글로벌 시장에 한국 기업의 ‘매운맛’을 보여주는 게 이번 ‘회차’의 목표입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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