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김영하 작가 "휴머노이드를 인간으로 받아들일지는 아직 고민해야할 숙제"

입력 2020-02-20 18:28   수정 2020-02-21 00:36

“인간이라고 믿는 인간이 아닌 존재와 로봇이라고 믿는 인간. 흥미로운 캐릭터죠. 결국 자기와 다른 존재들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는지에서 인간다움이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하 작가(사진)는 20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작별인사》 속 캐릭터를 이같이 설명했다. 김 작가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담았다”며 “이를 통해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과 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별 인사》는 연대를 통해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평양 로봇연구소에서 태어난 소년 로봇 ‘철이’가 ‘미등록’이란 이유로 휴머노이드 수용소로 이송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무등록 휴머노이드 단속법이 발효된 세계에서 철이는 자기가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복제인간 선이, 또 다른 휴머노이드 민이와 함께 펼치는 모험 속에서 ‘인간’이란 존재를 규정하는 진정한 본질이 무엇이냐는 근원적 의문의 해답을 찾아간다.

김 작가는 공간적 배경을 평양으로 잡은 이유에 대해 “어린 시절 개성이 보이는 파주 임진각 너머에서 살았는데, 선전 방송을 들으면서 자라서 그런지 북한에 관심이 많았다”며 “통일이 된다면 평양은 여러 사회적 실험을 하기에 좋은 지역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로봇의 부품을 거래하면서 생존하는 소설 속 인물들의 현실은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돌봄과 연대는 어떻게 가능한지, 다가올 미래는 인류 운명에 적대적일지에 대한 물음과 마주하게 한다. 작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사람들을 받아들일지, 격리시킬지 문제는 어쩌면 소설 속 휴머노이드를 인간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우리와 다른 존재로 보고 무시할지에 대한 고민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설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꼈다면 그건 미래를 엿봤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 현상을 비유로 막연하게나마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책은 온라인 도서구독 앱 ‘밀리의 서재’를 통해 지난 14일 선출간돼 석 달 동안 밀리의 서재 가입자에게 먼저 공개됐다. 독립서점과 동네책방들과도 출간 협의를 거쳐 함께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독점공개 방식이 전체 출판시장을 잠식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김 작가는 “제 작품인 《빛의 제국》은 계간지에, 《퀴즈쇼》는 일간지에 먼저 독점 연재된 뒤 출간됐다”며 “근대 문학이 시작된 이후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신문이나 잡지에 독점 연재한 뒤 단행본으로 내놓는 관행과 밀리의 서재 독점의 선 공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출판시장에 다양한 플레이어가 나오는 것은 작가들에게 좋은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밀리의 서재와 계약이 끝나는 석 달 후 기존 종이책 출판사를 통해 《작별 인사》를 출간할 계획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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