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철의 논점과 관점] 이번에도 정부가 틀렸다

입력 2020-02-25 18:29   수정 2020-02-26 00:24

“이번에도 정부가 틀렸고, 전문가들은 옳았다. 지금까지 전적(戰績)으로 따지면 19 대 0, 전문가들의 압승이다. 정부는 더 촘촘한 그물망 대책과 강력한 핀셋 조치로 투기를 때려잡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두더지몰이(투기와의 전쟁)’ 탓에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승리를 장담한다. 시장을 이겨보려는 무지와 오기는 가장 큰 시장 불안 요인이다.”

정부가 19번째 내놓은 ‘2·20 부동산 대책’에 대한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의 평가와 전망이다. 이번 대책은 ‘약발’이 채 1주일을 못 가고 있다. 경기 수원 권선·장안·영통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 등 다섯 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지만 풍선효과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집값 상승세가 군포 안산 시흥 화성 등 수도권 남부는 물론 인천 부천 등 수도권 서부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풍선효과'

이런 현상이 발생한 직접적인 계기는 정부가 “역대 최강”이라고 자평했던 지난해 말 ‘12·16 부동산 대책’이다. 초고가 주택(15억원 초과) 은행 대출 금지,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전방위로 규제를 강화하자 주택 수요가 서울 강남권에서 주변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규제가 서울 강남권에 집중되자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집값 급등세가 이동했다. 마용성을 누르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으로, 올 들어서는 ‘수용성(수원·용인·성남)’으로 번졌다.

“수용성을 잡겠다”는 2·20 대책이 이달 중순 예고되자마자 시장에선 비(非)규제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 후보지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안시성(안산·시흥·화성)’ ‘김부검(김포·부천·인천 검단)’ ‘남산광(남양주·산본·광명)’ ‘오동평(오산·동탄·평택)’ ‘구광화(구리·광명·화성)’ 등 수도권 지역을 거의 망라한다. 이들 지역 인기단지 아파트 가격(전용 84㎡ 기준)은 2·20 대책을 전후로 최고 5000만~1억원 정도 올랐다.

대출·세제·청약에 불이익을 받는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 규제지역에서는 전셋값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이달 중순까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이 0.03% 상승한 데 비해 전셋값은 1.47%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전용 84㎡ 전셋값은 15억50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억원 정도 뛰었다. 경기도 평균 전셋값도 같은 기간 1.30% 상승했다.

전셋값 불안도 수도권 확산

주거 불안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이다. 이곳저곳 집값이 오른 데다 대출 규제마저 계속 강화돼 ‘내집 마련’ 꿈이 멀어지고 있다. 급등하는 전셋값을 견디기 어려워 수도권 외곽으로 점점 밀려나가고 있다. 정부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서울 강남 등 인기 주거지역 신규 공급 부족 등 복합적인 원인을 외면하고 수요 억제 위주의 규제에 치중한 결과다.

무주택자와 다주택자, 강남 거주자와 비강남 거주자 등 이분법적 편 가르기와 정치적 논리를 벗어나 부동산을 경제 논리로 되돌리는 게 시급하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용적률 상향 등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시장을 역행하는 규제는 일시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는 있지만 종국적으로 풍선효과만 가져올 뿐이라는 것은 너무도 많이 체감한 ‘학습효과’다. 2·20 대책에 이어 20번째, 21번째 대책까지 줄줄이 나온다면 그때는 ‘정부 실패’라고 해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다.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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