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나폴레옹은 부하의 '맹목' 때문에 패배했다

입력 2020-02-27 17:47   수정 2020-02-28 02:56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뒤 엘바섬에 유배됐던 나폴레옹은 1815년 그곳에서 탈출했다. 다시 권력을 장악한 그는 영국과 프로이센을 상대로 워털루 전투를 벌였다. 프랑스의 승리로 기우는 듯했던 초반 전세가 뒤집어졌다. 대패로 끝난 나폴레옹의 마지막 전투였다.

《권력의 자서전》은 그 이유가 영국군을 이끈 웰링턴의 전술이 뛰어나거나 나폴레옹의 지략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분석한다. 대신 프랑스군의 기병대장 에마뉘엘 드 그루시에 주목한다. 나폴레옹은 그에게 ‘전날 격파한 프로이센군을 추격하라’는 지시와 함께 병력의 3분의 1을 내줬다. 프랑스군의 공격 대상인 영국군과 합류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루시는 성실하고 용맹했지만 융통성과 판단력이 부족했다. 영국군에 밀리는 프랑스군 본진의 급박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프로이센군 꽁무니만 쫓았다. 결국 전장을 기습한 프로이센군에 프랑스는 처참하게 패했다.

그루시를 포함한 열두 명의 역사 속 인물이 책의 목차를 구성한다. 대학에서 서양사를 전공한 저자는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2017년부터 3년간 일본 도쿄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알렉산더와 공자, 이성계부터 마키아벨리 로스차일드 스탈린까지 목차 속 인물들은 수세기를 오가고 동서를 넘나든다.

책은 이들의 결정과 활약이 역사의 물줄기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맥락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조직을 성공과 실패로 이끄는 리더의 자질이 무엇인지 짚어간다. 저자는 “‘누가 해도 똑같은 결과’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풍파를 이겨내고 역사의 주목을 받은 인물들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루시의 ‘맹목’과 펠리페 2세의 ‘근면’처럼 실패로 끝난 사례뿐 아니라 출신이 아닌 능력만으로 사람을 평가한 칭기즈칸의 개방적 사고, 늘 선봉에 섰던 알렉산더 대왕의 솔선수범, 끝내 놓지 않은 마키아벨리의 학습열을 통해 지도자의 어떤 장점이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었는지를 보여준다. 각 장의 호흡이 짧고 방대한 역사적 배경을 간명한 문장으로 풀어내 속도감 있게 읽힌다. (김동욱 지음, 글항아리, 268쪽, 1만4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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