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불안, 한국 당장 떠나겠다" 베트남직원 대탈출 … 한국인 입국제한 당하기도

입력 2020-02-29 13:08   수정 2020-02-29 16:48


강북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최근 베트남직원에게 "오늘부터 출근 못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일을 계속하고 싶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이 걱정한다"면서 "공부하고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비행기표를 예매했고 내일 바로 한국을 떠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국말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 베트남직원은 한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급히 퇴사를 통보하면서도 자신을 대신해 일할 직원을 알아봐주겠다며 사장님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성동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B씨 또한 "베트남 직원 2명이 코로나19 확산 후 모두 한국을 떠났다"면서 "베트남 현지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시급이 800원임을 감안하면 한국서 일하면 몇 배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임이다. 한국 대탈출을 보면서 그만큼 코로나19에 대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자 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도 자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학업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26일 여수 한영대에 따르면 한국어 공부를 위해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 93명 가운데 20여명이 베트남으로 돌아가겠다고 학교 측에 통보했다. 2018년 12월부터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들은 “부모님이 코로나19로 안전이 걱정돼 빨리 돌아오라고 한다”며 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등을 찾아 귀국 방법을 문의했다.

한영대는 정부방침에 따라 개강을 2주 연기해 3월16일쯤 학사일정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베트남 유학생들이 귀국을 통보하면서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광주·전남 주요 대학도 상항은 비슷하다. 이지역 주요대학 따르면 지난달 18일 호남대를 시작으로 이번주 전남대와 조선대, 광주여대 등 대다수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입국에 맞춰 안전 수송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1주일 사이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면서 외국인 유학생들 사이에 국내 입국을 포기하거나 기피하고 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중국인 유학생 80%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입국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따르면 이 학교에 입국 예정인 중국인 유학생은 143명으로 이 가운데 115명(80.4%)이 입국을 취소했다. 나머지 28명 가운데 19명은 겨울 방학 때 한국에 계속 머물거나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중국에 다녀온 학생들이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한국 국민에 대해 29일부터 무비자 입국을 임시 불허하기로 했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은 28일 베트남 정부가 29일 0시 1분부터 한국민에 대한 무사증(무비자) 입국 허용을 임시로 중단한다는 통보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처는 코로나19가 급증한 대구, 경북 거주자와 최근 14일 이내에 이곳을 방문한 한국민을 포함한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한 것에서 한층 강화된 것이다.

또 베트남이 한국민에게 15일간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한 2004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인 입국 금지·제한 총 71개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0분 기준 한국 출발 여행객에게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총 71곳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9곳 늘어난 수치다.

입국 금지 국가는 총 33곳으로 레바논, 마다가스카르, 마셜제도, 마이크로네시아, 말레이시아, 모리셔스, 몰디브, 몽골, 바누아투, 바레인, 베트남,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사우디아라비아, 세이셸, 솔로몬제도, 싱가포르, 엘살바도르, 요르단, 이라크, 이스라엘, 일본, 자메이카, 코모로, 쿠웨이트, 키르기스스탄, 키리바시, 투발루, 트리니다드토바고, 팔레스타인, 피지, 필리핀, 홍콩 등이다.

전날보다 레바논, 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이 추가됐다. 키르기스스탄은 입국 제한에서 금지로 조치를 강화했다.

대만, 라트비아, 마카오, 말라위, 멕시코, 모로코, 모잠비크, 벨라루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북마케도니아, 불가리아, 사이프러스, 세르비아,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아이슬란드, 아제르바이잔, 에콰도르, 에티오피아, 영국, 오만, 우간다, 인도, 잠비아, 중국, 짐바브웨, 카자흐스탄, 카타르, 케냐, 콜롬비아, 크로아티아, 타지키스탄, 태국, 투르크메니스탄, 튀니지, 파나마, 파라과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등 38곳은 검역 강화와 격리 조치를 내리는 등 입국 절차를 강화했다.

라트비아, 멕시코, 북마케도니아, 불가리아, 사이프러스, 아제르바이잔, 파라과이 등이 추가됐다.

입국 제한 국가가 증가하자 외교부는 여행주의보를 공지해 해당 지역 여행을 재고나 연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SNS 등으로 해외안전정보를 공지하고 있으며, 항공사 및 여행사에도 전달해 발권 단계에서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문 대통령 "중국인 입국금지 불가능…지금은 실효성 없어"



한국 국민들이 세계 곳곳에서 입국제한 조치를 당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지난 4일 자정부터 우한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河北)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에 머물러 있다.

정부 조치로도 우한 코로나 방역이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한국발 입국 금지 조치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국 전역으로 입국 금지 지역을 확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정부는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전역에서 국내 입국을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는 그 (중국 전역으로부터 입국 금지) 조치가 실효적이지 않은 것 같다"면서 "(국내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다른 나라가 (우리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고 격리하는 데 대해 걱정이 있고, 외교적으로 불이익이 없어야겠다"고 밝혔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대통령과 4당 대표의 회동에서 "지금 위기엔 정부 대응 실패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가 위기 초반에 반드시 실시되어야 했다"며 "우리 당과 국민, 전문가들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호소했지만, 대통령께서는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역으로부터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은 문 대통령에게 우한 코로나 확신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

문 대통령은 "초기라면 몰라도 지금은 입국금지 실효성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정작 코로나19 초기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 측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은 우리의 최대 인적 교류국이자 최대 교역국으로,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며 "서로 힘을 모아 비상상황을 함께 극복해야 하며 이웃국가로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후베이성 체류 외국인'으로 입국금지 대상을 한정적으로 적용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산둥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푸젠성 등 5성(省)이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입국 금지가 우려돼 중국발 입국 금지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밤사이 594명 더 증가해, 누적 환자 수가 2931명으로 늘었다.

▶ 한국경제 '코로나19 현황' 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kyung.com/coronavirus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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