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위반 논란에도 '타다 금지법' 처리 강행…고성·호통 오간 법사위

입력 2020-03-05 15:34   수정 2020-03-06 01:02


“이의 있습니다.”(채이배 민생당 의원) “그만 하세요. 충분히 논의했습니다. 의결하겠습니다.”(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지난 4일 오후 4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의원들 간 고성과 호통이 오갔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납득이 안 간다. 법사위원 두 사람이 반대하면 (법안이) 다 계류됐는데 왜 그냥 통과시키느냐”고 반발했다. 채 의원도 동조했다. 여 위원장은 그러나 “회의 진행 방식은 내가 결정한다”며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시간의 격론 끝에 타다금지법은 법사위를 통과했다.

절차 무시한 법사위의 폭주

이 의원은 법안 심의를 위한 대체토론에서도 수차례 “납득이 안 간다”며 반대 근거를 조목조목 들이댔다. “택시와 타다가 왜 제로섬 게임(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이 손해 보는 상태)인지 모르겠다”며 “데이터를 갖고 말하라”고 요구했다.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대신 감정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은 “얼마나 많은 택시 종사자가 분신자살을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다가) 독점적으로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택시가) 줄을 서 있는데 타다가 앞에 쓱 와서 손님을 태워간다”며 “택시 종사자가 느끼는 박탈감은 크다”고 했다. 정갑윤 통합당 의원은 “택시사업자가 개인택시 다 합쳐서 27만 명에 이른다”며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이 법을 열일 제쳐두고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택시업계 다 죽는다?

채 의원은 개정안 심사가 법사위 권한 밖의 일이라며 절차 위반 문제를 제기했다.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당초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논의된 기존안과는 다르다. 기존안은 타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차량과 운전자를 직접 확보해야 한다. 지난달 19일 법원에서 타다의 합법성이 인정되면서 국토교통부는 렌터카도 플랫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조항을 수정했다. 채 의원은 “기존안과 수정안 간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법사위의 수정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국토위에 다시 회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토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국토부와 협의했다. 모두 개정안에 이견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주광덕 통합당 의원은 “채 의원의 지적이 일부 타당성은 있지만 국토위원장이 충분히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고 거들었다.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이번 회기 내에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새로운 21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국토위 심사가 필요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만장일치 의결이라는 법사위 전례도 지켜지지 않았다. 법사위에는 위원 가운데 한 사람의 반대만 있어도 소위원회로 보내 논의를 이어가는 관행이 있다. 이 의원은 “반대 발언을 왜 그렇게 뭉개냐”고 반발했지만 여 위원장은 “대부분의 법사위원들이 법안 통과를 바라고 있다”며 의결 강행 의사를 밝혔다.

법사위 관행도 무시

표결 처리를 하자는 요구도 무시됐다. 개정안에 찬성한 박지원 민생당 의원조차 “오늘 통과시키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합의가 안 되면) 표결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 위원장은 최종 의결을 앞두고 “두 의원의 주장은 소수 의견으로 속기록에 남기겠다”며 달랬지만 채 의원은 “두 명이나 반대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여 위원장은 참지 못했다. “표결하지 않는 것은 법사위 전통이에요. 그걸 지키겠다는데 왜 그렇게 말하십니까.” 여 위원장은 호통을 친 뒤 의사봉을 두드렸다.

하지만 “표결하지 않는 게 법사위 전통”이라는 여 위원장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2012년 법사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사건 관련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을 표결 처리했다. 2004년에는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제 유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법사위 표결이 이뤄졌다.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증인 채택을 두고 법사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때 야당이 제안한 증인 25명에 대해 표결에 부치겠다고 한 사람이 여 위원장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지역구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타다금지법을 반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혁신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앞세우는 정치권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 통과가 예정됐던 타다 금지법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의 부결로 국회가 파행을 빚으면서 처리가 미뤄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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