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못들어간다"…일본行 항공권값 세 배 '껑충'

입력 2020-03-08 17:58   수정 2020-03-09 01:48


“당장 일본에서 머물 숙소도 못 잡았어요”, “유학비자를 아직 못 받았지만 오늘 아니면 도저히 일본에 갈 수 없을 거 같아서 표를 끊었어요.”

일본이 한국인들의 일본 비자 효력을 정지하기 하루 전인 8일,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 일본행 탑승수속 카운터 앞은 오전 6시부터 서둘러 일본으로 떠나려는 승객들로 붐볐다. 사나흘 버틸 옷가지만 챙겨 급히 달려왔거나, 마스크·소독제 등 위생용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족과 작별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출국 게이트 앞은 일본으로 떠나는 자녀를 배웅하려는 부모들로 붐볐다. 이날 김포공항에서 오사카대에 다니는 아들을 떠나보낸 유승철 씨(53)는 “아들이 유학비자도 못 받고 떠나는데 혹시라도 잘못될까 봐 마음이 무겁다”며 “일본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는데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일본행 좌석 점유율 80% 넘어

일본 정부는 지난 5일 한국에서 입국하는 한국인들의 비자 효력을 9일 0시부터 일시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또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에 대해 일본 입국 시 14일간의 자가 격리조치를 하도록 요청했다. 일본의 이번 조치로 일본 비자 효력이 정지되는 한국인은 1만7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인천·김포공항에선 일본 유학생들의 ‘출국 러시’가 이어졌다. 유학생들이 “몸만이라도 먼저 일본에 가 있자”며 무작정 공항으로 달려온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평소 50%를 밑돌던 일본행 비행기 좌석점유율은 이날 대부분 80%를 넘겼다.

아키타대 학생인 이형주 씨(20)는 이날 어머니와 함께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떠났다. 이씨는 “아직 유학비자도 나오지 않았고 방도 구하지 못했지만 지금 아니면 갈 수가 없어 일단 표를 샀다”며 “올 5월쯤 귀국하려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쿄공업대 3학년인 정모씨(22)도 숙소를 구하지 않고 인천공항에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나리타공항 도착 후 출국심사가 늦어져 9일 0시를 넘기지 않을까 불안하다”며 “혹시 입국심사가 길어질까 봐 임시숙소도 못 정했다”고 했다.

일본에서 거주 중이거나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도 다급히 공항을 찾았다. 일본 효고현 가코가와시에 거주 중인 민모씨(62)는 “지난주 친정어머니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수발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비자가 정지된다기에 급히 일본으로 떠난다”며 “어머니께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이날 김포공항 곳곳에서는 일본으로 마스크를 가져가려는 승객들이 공항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마스크를 1인당 최대 30장까지만 해외에 반출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캐리어 등 기탁수하물에 마스크를 싣는 것도 금지했다. 도쿄에서 회사를 다니는 한 승객은 “일본에서 사온 일본산 마스크인데 다시 못 가져가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다가 결국 덴탈마스크 묶음 5통을 배웅 나온 부모에게 맡기고 출국했다.

반대로 일본행 항공권을 취소하려고 공항에 나온 승객들도 있었다. 최모씨는 “9일자 항공권을 예약했다가 취소하려니 전화 문의 폭주로 연결이 안 돼 공항까지 왔다”며 “항공사 쪽에서 환불 불가 상품이어서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해 손해를 떠안았다”고 말했다.

김포·인천 일본행 노선 9개로 줄어

일본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갑자기 몰리면서 일본행 항공운임도 급등했다. 저비용항공사(LCC)는 보통 10만원대에 항공권 구입이 가능했으나 일본 정부가 비자효력 정지 등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6일부터 30만원대로 뛰어올랐다. 8일 김포공항에서 하네다공항으로 가는 항공권은 늦은 시간대인 오후 8시10분 출발편도 38만원까지 치솟았다.

9일부터는 일본행 항공기 운항 편수가 대폭 줄어든다. 이날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는 모두 72편의 일본행 비행기가 운항됐다. 그러나 9일부터는 인천공항은 7편, 김포공항은 2편만 운항될 예정이다. LCC는 물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도 일본 노선을 대부분 중단했다. 에어서울은 나리타, 오사카, 다카마쓰 노선을 이달 22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도 9일부터 동계시즌이 끝나는 이달 28일까지 운항을 중단한다. 제주항공도 도쿄와 오사카 노선만 남기고 나머지 13개 노선을 9일부터 중단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인천공항에서 3157명, 김포공항에서 941명 등 두 공항에서 4098명이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 정부의 조치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2일의 3763명보다 오히려 늘었다.

김포=배태웅/인천=강준완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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