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색 드러낸 르노삼성 노조 "민노총 가입 추진"

입력 2020-03-09 08:56   수정 2020-03-09 08:58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한다. 노조원 사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최근 내부 소식지를 통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위한 조합원총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본급 15만3335원(8%) 인상 △노조원 한정 매년 통상임금의 2% 추가 지급 △추가 인력 채용 △임금피크제 폐지 △일시금 및 격려금 400만원 등으로 구성된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최초 요구안도 다시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노조는 다른 상급단체에 속하지 않은 개별노조다. 민주노총에 가입하려면 조합원 과반수가 투표하고,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이 투표를 언제 할지에 대해선 공지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노조원이 현 노조 집행부를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르노삼성 노조가 2018년 임단협을 두고 지난해 6월 벌였던 파업은 노조원들의 보이콧으로 조기에 동력을 잃었다. 지난 12월 전면·부분 파업도 참여율이 25% 수준까지 떨어졌고, 노조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노조 집행부는 파업 당일 출근시간에 노조원 실명을 지목해 파업을 지시하고 특정 공정만 멈추는 게릴라 파업으로 전략을 바꿔야 했다.

노조원들이 현 집행부에게서 돌아선 가장 큰 원인은 노조 집행부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빼앗는 위기상황을 자초한 것에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르노그룹이 위탁했던 생산물량을 대부분 빼앗겼다. 그룹 내에서 인건비가 가장 비싼데다 파업이 잦아 툭하면 생산이 끊기는 공장에 물량을 줄 수 없다는 이유다.

그 결과 르노삼성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달하는 수출 물량을 잃었고, 맞닥뜨린 생산절벽을 극복하고자 현재 유럽 수출용 XM3(현지명 르노 아르카나)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르노그룹은 지난해부터 유럽 수출용 XM3를 수주하고 싶다면 노조 리스크를 해소하라고 르노삼성에 요구했지만, 지난해 12월 노조가 파업을 벌이며 수주가 어려워졌다. 올 초 르노그룹의 최후통첩이 이뤄졌지만, 변동급의 고정화로 고정급 인상 효과를 내겠다는 사측에 노조가 기존의 기본급 인상안 고수를 유지하며 파행을 빚었다.

르노삼성이 유럽 수출용 XM3 수주에 실패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생산량 감소에 맞춰 시간당 생산량(UPH) 45대를 유지하면서 부산공장을 1교대로 전환하면 생산직 근로자 1800여명 가운데 900명은 잉여인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르노삼성이 생산직 근로자를 선제적으로 재배치하며 일감이 줄어든 하청업체들은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다.

르노삼성 노조원 사이에서는 노사 공멸을 추진하던 노조 집행부가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본래 금속노조 소속이었다가 대규모 탈퇴를 하며 교섭권을 가진 르노삼성 기업노조에 가입했다. 이후 업무강도 완화와 임금인상 등을 내세워 지지를 얻고 집행부를 차지했다.

한 노조원은 "임기가 6개월가량 남은 현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노사관계를 흔들어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감이 끊겨 일자리가 위태로워진 불안감을 금속노조 가입 동력으로 삼으려 했다는 비난이다.

다른 노조원은 "현 집행부가 선출된 이후 교섭권을 갖지 못한 금속노조가 르노삼성 노동자를 대표하는 자리에 나서는가 하면 노조원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구호를 외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현 집행부에) 대부분 마음이 떠난 상황이고 XM3 흥행과 수주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해 금속노조 가입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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