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산유국' 자존심 싸움에 정유·해운업 직격탄 [라이브24]

입력 2020-03-10 15:10   수정 2020-06-08 00:02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세계적 팬데믹(대유행) 우려가 고조되면서 정유·화학과 해운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내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될 거란 비관적 전망이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달 첫째주 배럴당 1.4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배럴당 0.9달러 떨어진 수치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이다. 손익분기점은 4~5달러인데 올해도 약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평균 2.5달러로 시작해 둘째 주에는 4달러로 회복한 이후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도 부담이다. 통상 정유사들은 2~3개월 전 원유를 구입한 뒤 가공·판매하기 때문에 미리 사둔 원유 가치가 떨어지면 재고평가손실을 그대로 떠안는다.

9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26.8% 하락했고, 두바이유는 20.7%는 급락했다.

지난달에도 국제 유가는 10% 이상 폭락했다.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평균 55.1달러로 전월(63.8달러) 대비 13.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렌트유도 같은 기간 배럴당 63.6달러에서 55.7달러로 12.4% 내려갔다.



해운업계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와 산유국간 경쟁으로 업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는 해운사가 크게 늘었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발표한 해운업 경기실사지수(BSI)는 1월 대비 21포인트 떨어진 51을 기록했다. 지수가 100에서 멀어지면 해운업 업황이 나쁘다고 보는 해운사가 더 많다는 의미다.

최근 중국 기업의 조업이 재개됐지만 유럽과 미주, 일본 등 주요 교역국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당분간 물동량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해운전문 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는 "2~3월 중국을 오가는 전세계 물동량 중 약 170만 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를 부르는 단위)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물동량 감소폭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152만 TEU, 한진해운 파산 당시 159만 TEU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정유·화학과 해운업계의 불황을 가져온 국제 유가 하락은 코로나19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그 뒤에는 산유국간 경쟁이 자리한다. 지난 6일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원유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가격 안정을 위해 생산 감축 협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감축에 반대하면서 합의가 실패하자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지 시각으로 8일 원유 가격 인하에 나서는 한편, 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양국은 공개적인 적대행위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사우디의 조치에 대해 추가 감산을 반대한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면서 저유가 국면에 대비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극적인 감산 합의 없이는 저유가에 따른 수요 부진과 경기 위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정유, 해운 업계의 상반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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