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료·방역 지원…위기에 보여준 프랜차이즈 힘

입력 2020-03-10 17:15   수정 2020-03-11 00:57

서울 신사동의 한 스시 레스토랑. 작년 말까지만 해도 1주일 전 예약이 어려운 맛집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이후 손님 발길이 끊겼다. 직원 월급과 임차료 등을 주고 나면 두 달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할 상황에 처했다. 이곳 주인 박시윤 씨는 “요즘은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부럽다”고 했다. 본사들이 가게 월세나 원재료값 등을 감면해 주고, 방역 소독도 지원하기 때문이다. 점주 수백 명이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서로 안부를 묻고, 응원하는 것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로열티 면제, 월세 지원에 소독까지

프랜차이즈는 최근 몇 년간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본사와 가맹점 관계를 다시 규정하는 관련 입법도 잇따랐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외식업이 위기에 빠지자 프랜차이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능력을 갖춘 프랜차이즈 본사가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자영업자들의 1차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이디야커피 더벤티 설빙 김가네 등의 본사들은 ‘로열티 면제 또는 할인’과 ‘원재료비 가격 인하’ 등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로열티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브랜드와 식재료, 메뉴 등을 제공하고 월 매출의 일정 비율이나 금액을 받는 것을 말한다. 정부의 자영업 지원이 실제 집행까지는 수개월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본사의 지원은 가맹점이 당장의 어려움을 견딜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명륜진사갈비는 전국 가맹점의 월세 약 23억원을 본사가 부담하겠다고 약속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 다양한 형태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배달비 면제, 배달앱 무료 프로모션 등을 본사가 지원하기도 한다.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는 ‘위로금’을 전 가맹점에 100만~200만원씩 일괄 지급하기도 했다. 장사가 안 돼 남은 식자재들의 폐기 비용을 본사가 부담하거나, 소독제와 방역을 무상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중 약 50개의 브랜드가 앞다퉈 가맹점 지원에 나섰다”며 “가맹점주들이 원하는 게 뭔지 잘 아는 곳이 본사인 만큼 다양한 지원책이 빠르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때 빛난 상생 협력

매장에서 사용할 손소독제와 마스크, 방역 비용도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매장을 한 번 소독할 때마다 적게는 8만원에서 20만원까지 드는데, 본사가 이 비용을 부담해 주는 것만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BBQ와 크린토피아, 부엉이돈까스, 쿠우쿠우 등은 본사가 무상 방역을 해 줬다.

‘심리적인 고립’도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본사의 지역 담당자들이 점주들을 위로 방문하거나, 점주들끼리 뭉쳐 위기 대응에 나서기도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빠른 대응은 다른 선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본죽과 본죽&비빔밥카페 점주들은 “위기 때 우리만 살 수 없다”는 마음을 모아 전국 17개 선별 진료소 의료진을 위해 죽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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