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분할…기업·주주가치 제고 '두 토끼 사냥'

입력 2020-03-16 15:09   수정 2020-03-16 15:11


여러 상장사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부문 분할에 나선다. 성장성이 있는 사업부문을 떼어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키우기 위해서다. 주요 사업부문을 별도 회사로 떼어내면 의사결정 체계가 단순해져 투자 결정 및 경영전략 수정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노리고 있다. 실적 변동성이 높은 사업부문을 분할하면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부문 분할을 추진하는 상장사는 10여 곳이다. 사업부문을 분할해 전문성 및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이유를 주주들에게 내세우고 있다.


동부건설은 오는 25일 정기 주총에 환경 운영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오는 4월 물적 분할을 통해 동부이엔앰을 신설한다. 공공 소각장 운영 등이 주력 사업인 동부이엔앰은 생활쓰레기 수집, 집하, 소각 등 처리 작업을 일원화해 수익 창출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드림텍은 전장 사업부문을 분할해 드림텍오토모티브를 신설한다. 드림텍의 전장 사업부문은 고객사인 현대모비스 등에 차량용 발광다이오드(LED) 램프 모듈, 차량용 전장 부품을 납품해왔다.

실적 불확실성이 높거나 경기 변동 영향을 많이 타는 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운영, 경영 안정성을 추구하는 상장사들도 있다. 현대제철은 25일 정기 주총에 금속·자유 단조 제품의 생산·판매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안건을 올린다. 이 안건이 처리되면 현대제철은 현대아이에프씨를 물적분할할 수 있게 된다. 단조 산업은 조선 엔진, 조선 기자재, 해양 플랜트, 원자력 등 전방산업의 업황 변동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국제 유가나 거시경제 등 외부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사업부문 분리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경영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기업 테라젠이텍스도 오는 26일 정기 주총에서 제약과 유전체 사업부문을 나누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테라젠바이오를 신설해 생명정보 개발과 판매, 유전체를 이용한 정밀의학 관련 사업을 맡길 예정이다. 테라젠이텍스는 제약 사업부문에서 꾸준한 이익을 냈지만, 유전체 분야 투자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컸다. 이번 사업부문 분할을 통해 실적 불확실성을 줄일 것이라는 게 테라젠이텍스의 설명이다.

교육 서비스업체 웅진씽크빅은 키즈 플랫폼 사업부문을 독립시킨다. 키즈 플랫폼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놀이의발견이라는 신설 회사를 세운다. KT의 인공지능(AI) ‘기가지니’ 개발·제조 업체 가온미디어도 네트워크 사업부문을 분할한다.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를 확립할 목적이라는 게 가온미디어의 설명이다. 가온미디어가 단순 물적분할해 신설하는 가온브로드밴드는 비상장법인으로 네트워크 장비 제조와 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사업 구조 개편을 위해 영업양수도를 추진하는 상장사도 있다. 컴퓨터 시스템통합 자문업체 신세계I&C는 25일 정기 주총에 사업부문 양도 안건을 올린다. 에스에스지닷컴에 쓱페이(SSGPAY) 사업부문을 넘기기 위해서다.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선불 전자 지급 수단 발행과 관리 사업부문이다. 신세계I&C 관계자는 “정보기술(IT) 사업과 간편결제 사업으로 양분화된 사업 구조를 디지털 중심 IT 기반으로 재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상장사들의 사업부문 분할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몸집을 줄여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하고 투자 전략을 수립하려는 취지다. 상장사 관계자는 “각 사업부문의 독립 경영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면 결국 기업과 주주 가치를 모두 높일 수 있다”며 “성장성 있는 사업부문의 분할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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