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늘어나는 바닥론 vs "충격은 이제 시작"

입력 2020-03-24 08:33   수정 2020-03-25 09:50


미 중앙은행(Fed)이 23일(현지시간) 아침 8시,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했습니다. 월가가 원하던 회사채도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폭락했습니다. 다우 지수는 582.05포인트(3.04%) 하락한 18,591.93에 마감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93%, 나스닥은 18.84포인트(0.27%) 하락했습니다.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는 잡히지 않으면서 미국의 감염자 수는 하루 1만명 가까이 증가할 판입니다.

게다가 통화정책보다 더 중요한 재정 부양책은 미 의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간 힘겨루기 속에 또 다시 가로막혔습니다. 빨라야 27일에나 표결이 가능하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오늘 통화한 두 명의 월가 투자자의 시장을 보는 의견은 완벽하게 갈렸습니다.

A는 "시장 바닥이 가까워졌고, 장기 투자자라면 이 정도에서 매수를 시작할 만하다"고 낙관론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B는 비관적이었습니다. "바이러스가 잡히려면 멀었고, 앞으로도 기업 파산 등 수많은 충격적 뉴스가 나올텐데 투자자들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며 추가 하락을 점쳤습니다.
이들을 주장을 대화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A: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오늘 월가의 유명 투자자 데이비드 테퍼와 행동주의 투자자 빌 에이크먼이 "주식을 살 때"라고 밝혔다. 에이크먼은 지난 2주간 스타벅스 힐튼 등 25억달러 어치 주식을 샀다고 말했다. 그동안 '바닥이 멀었다'고 말하던 모하메드 엘 에리언도 오늘 "모험적 투자자라면 살만하다"고 했다.

주가가 30% 이상 넘게 내리면서 이제 주가주식비율(PER)이 적정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본다.

B: 주가가 싸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경제 활동 중단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급감하는 걸 감안하면 아직도 비싸다.

골드만삭스는 어제 S&P500 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작년보다 33% 감소한 주당 110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S&P500 지수도 2000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A: 기술적으로 내릴 만큼 내렸다. 1929년 이후 하락장을 보면 평균 36.2%, 중간 값으로는 31.9% 내린 뒤 회복을 시작했다. 오늘 S&P500 지수 기준으로 2월12일 최고점에서 32% 내렸다. 바닥이 아니더라도 바닥에 매우 가까워졌다. 골드만삭스 전망이 맞다해도 앞으로 10% 정도 더 떨어지는 수준이다. 장기적 투자자라면 살 만하다.

오늘 JP모간은 최근 지수 움직임이 1987년과 비슷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그 그래프를 보면 지금이 바닥이다.



기본적으로 Fed가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오늘 Fed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용한 '자산담보부증권 대출기구(TALF)'를 출범시켰다. 학자금 대출과 자동차 할부금융, 신용카드 대출 등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한 자산담보부증권(ABS) 매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8년 위기 때도 TALF가 시행됐을 때 증시는 바닥을 찾았다. 이후 11년간 증시는 올랐다.



B: 이번 주 IHS마킷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24일) 주간 실업급여청구건수(26일)부터 시작해 경제 지표의 충격이 몇달간 이어질 것이다. 1분기, 그리고 2분기 기업 실적이 발표되기 시작하면 더 할 것이다. 실적 발표도 전에 파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할 수도 있다. 이런 나쁜 뉴스를 시장이 이겨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2분기 미국 경제가 30%까지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오는 판이다. 3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그냥 기대일 뿐이다.



A: 경기가 급속히 내려간 만큼 회복도 금새 이뤄질 수 있다. 이건 침체가 아니라 기술적 침체다. 불황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 이익이 줄어든 만큼 내년 기업들의 이익 성장률은 대폭 증가할 것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나면 이미 지나간 지표는 의미가 없다. 투자자들은 기업 이익을 볼 때 과거가 아니라 향후 12개월을 본다. 지금도 1, 2월 좋은 지표가 발표되고 있지만 시장은 신경쓰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도 몇 주 지나면 개선되기 시작할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는 5일간 새로운 환자가 없었고, 이탈리아의 사망자수도 아직 많지만 지난 이틀간 정점을 지나 줄어들기 시작했다. 또 세계적으로 10만명이 넘는 감염자가 회복됐다.

B: 기본적으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는 경제 활동 회복이 어렵다. 백신은 잘해야 연말에나 나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사람들이 목숨걸고 회사 갈 일은 없다.

미국은 이제 감염자가 하루 1만명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 뉴욕에서만 5000명 넘게 증가했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중국에서보다 더 가파르다. 게다가 플로리다, 뉴올리언스 등에서는 통제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에서 확산세가 잡힌다 해도 다른 곳에서 또 터질 것이다.

영국 네덜란드는 오늘 자택대기 명령을 내렸고 캐나다는 봉쇄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불황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A: 금융시장은 안정될 것이다. Fed는 정말 빠르고 대대적으로 뛰고 있다. 이런 Fed를 가진 건 행운이다. 덕분에 주식 차별화가 시작됐다. 오늘 반도체주가 3% 올랐다. 그동안은 모든 주식이 내렸는데, 이제 투자자들이 종목 고르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재정정책도 이번주 내로 곧 통과될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오래하긴 어렵다. 상황이 심각하다. 미국 기업들이 그냥 망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 좋은 기업들은 구제금융을 통해 구원할 것이다. 한 두달만 자금을 융통시켜주면 대부분 살아날 것이다.

B: 재정정책이 통과되겠지만 모든 기업이 구제금융을 받기는 어렵다. 카지노에 구제금융을 해주겠는가.

그리고 구제금융은 필연적으로 기존 주식가치 희석, 감자 등을 부르게 되어 있다. 어떻게 돌아갈 지 보고나서 투자하는 게 낫다.

A: 국제 유가도 이제 바닥을 찾을 것이다. 러시아, 사우디도 이런 저유가는 오랫동안 견디기 어렵다.

오늘 타스통신은 러시아 석유회사인 타트네프트 최고경영자(CEO)가 러시아 에너지부와 석유회사들과의 회의를 마친 뒤 "4월에 증산하는 건 세계 수요를 봤을 때 올바른 방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B : 러시아와 사우디는 이런 상황을 다 예상하고 석유전쟁에 돌입했다고 본다. 사우디의 원유 배럴당 생산원가는 3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도 생산원가가 배럴당 8달러라고 밝혔다.

2036년까지 연임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곧 즉위를 앞둔 모하메드 빈 실만 왕세자가 별다른 전리품(셰일업계 줄파산, 미국의 제재 철회 등) 없이 그냥 물러설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A: 장기적으로 주식 등 자산가격은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세계 각국이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고 엄청난 양적완화에 돌입했는데, 지난 금융위기 때 경험했듯이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도 이를 금새 되돌리기 어렵다. 다시 시장과 경제에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제로금리는 뉴노멀이 될 것이고, 엄청난 유동성 속에 자산 값은 계속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제로금리라면 누가 채권을 사겠는가. 주식이 정답이다.

B: 이번 코로나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은 매우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 "독감으로 죽는 사람이 있냐"면서 초기 대응을 엉망으로 했기 때문에 몇 천명이 죽었다고 공격받을 것이다.

만약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법인세 감세는 다시 원상복귀될 것이다. 지금 재정 부양책을 논의하는데 민주당은 기업 이사회 다양성 강화, 대학학자금 일부 탕감, 항공사들 온실가스 배출 절감 등 경제와 관련없는 주장들을 늘어놓으면서 법안 통과를 막고 있다. 앞으로 반기업적, 반시장적 정책이 쏟아질 것이다.

게다가 미중 관계는 이번에 더 나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대놓고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렇게 행동하는 건 중국에 대한 악감정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은 지난 1월15일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1월23일 우한시 봉쇄에 들어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차피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서명했다는 설이 나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게 당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태가 지나가도 미중관계는 나아질 리 없고, 세계화가 후퇴하면서 공급망의 효율성도 감소할 것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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