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끊기는 원격수업…온라인 개학 제대로 될까

입력 2020-03-26 17:12   수정 2020-03-27 03:32

“과학 하면 떠오르는…오르는 단어…단어를 적어볼까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동 교육시설공제회관.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교의 온라인 개학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이 자리에서 경남 밀양의 한 교사가 원격수업을 시연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업이 끝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회로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을 연결하는 미래 교육에 앞서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의 자화자찬과 다르게 이날 원격수업은 기대보다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교사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원격수업 프로그램 줌(ZOOM)과 소셜미디어를 결합한 형태의 이번 수업에서 동영상은 수시로 뚝뚝 끊겼다. 화면과 음성이 일치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교사의 발언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소리가 희미한 경우도 많았다. 유 부총리가 미소와 함께 시연 모습을 바라보는 사이 현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선 멋쩍은 웃음이 수차례 나왔다.

교육부가 이날 원격수업 시연을 한 것은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초·중·고교 개학 때 코로나19 발병 상황에 따라 오프라인 수업이 불가능한 지역이 나올 수 있어서다. 온라인 수업을 오프라인 수업과 똑같이 인정해줌으로써 ‘온라인 개학’만으로도 법정 수업시수를 채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수업시수라는 행정적 부담을 덜어내려는 교육당국의 정책에 정작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할 학생들은 논의에서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성 함양과 같은 전인교육은 불가능하더라도, 원격수업으로 이뤄져야 할 최소한의 교과 내용 전달도 현재와 같은 인프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부는 스마트기기 등 원격수업에 필요한 기본 장비가 없는 교육 소외계층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원격수업이 불가능한 학생들의 현황도 모르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져서야 교육부는 부랴부랴 “이번주까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온라인으로라도 개학하겠다는 4월 6일을 불과 열흘 남짓 앞두고서다.

온라인 개학과 ‘수업시수로 인정되는’ 원격수업은 학생들이 최소한의 교육 질을 보장받을 수 있을 때 유의미하다. 단순히 수업시수를 채우기 위해, 추후 대면 개학을 했을 때 교육 당국의 행정적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다면 교육부가 말해온 ‘미래 교육’은 먼 얘기가 되지 않을 수 없다.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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