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칼럼] 경제는 격리시킬 수 없다

입력 2020-03-26 18:09   수정 2020-03-27 00:24

한국은 수출국가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초고속성장을 이룬 원천은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한 수출이었다. ‘1000만불 수출탑’ 등이 말해주듯 수출은 곧 애국이었다. 그래서 세계 톱10의 수출대국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사실상 국경이 봉쇄되고 있다. 중국 등지에서 원자재가 들어오지 않아 생산이 안 된다. 바이어를 만날 수 없으니 신규 수출 상담이 이뤄질 방법이 없다. 우리 경제의 원동력 하나가 사실상 마비 지경에 이르렀다.

수출 어려울 때 內需 살려야

한국의 수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에 달한다. 5000만 명이 넘는 인구대국 중 이렇게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는 찾기 어렵다. 미국과 일본을 예로 들면 수출 비중이 각각 8%, 13%에 불과하다. 우리는 내수가 취약한 국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에 대해 “내수시장이 지나치게 작다는 의미고 결국 내수 위축 상황을 함축하는 부정적 지표일 수 있다”고 한 지적은 뼈아픈 것이다.

한국의 현상황은 수출길이 막혀가는 가운데 내수시장마저 말라가는 형국이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서로 가급적이면 만나지 않고, 같이 먹지도 않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출근하지 않는다. 여행도 안 가고 장보기도 가능하면 피한다.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한 이런 예방적 거리두기가 이제는 내수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당장 아르바이트와 일용직 일거리를 없애고, 식당 등을 하는 영세 자영업자를 망하게 한다. 택시를 멈춰 세우고, 관광지를 썰렁하게 한다. 하루 300만원의 매출을 자랑하던 서울 종로의 한 식당은 지난주 어느 날 3만원을 찍었다고 한다.

내수시장이 원래 작았기 때문에 이런 위기 때 대처할 방법이 부족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내수시장을 돌아볼 때다. 내수야말로 국가의 자생력이다. ‘내수 기반을 넓히자’ 같은 한가로운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당장 내수 진작을 위한 이벤트가 필요하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活路 필요

대공황 때 미국이 했던 것처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필요하겠지만 당장 소비 진작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돕기는 위기 구호 차원이 아니라 꺼져가는 소비의 불씨를 살려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우리는 지난 2개월여간 코로나19와의 사투에서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뒤늦게 대유행의 홍역을 치르고 있는 유럽, 미국에 비해 우리는 최소한 ‘통제 가능한’ 범위로 전선을 좁혔다.

이제부터야말로 전염병 예방과 내수 살리기라는 두 가지 목표로 정책을 펼 시점이다. 잠복기가 끝나면 사람은 격리가 풀리지만 경제는 얼어붙으면 좀체 녹지 않는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나름의 지역화폐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계 소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대기업들은 이 기회에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위해 획기적인 구매정책을 취할 필요가 있다. 현금 결제 비중을 높이고, 지역 물품 대량 구매 같은 조치도 큰 도움이 된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구상하는 기본소득 등도 내수 살리기라는 전제가 있을 때라야 돈이 돌아가는 선순환의 구조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위축된 상황에서는 아무도 쓸 생각을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출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내수시장까지 얼어붙으면 한국 경제에는 희망이 없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에서 한발만 더 앞서가 달라.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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