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산업의 시초' SK 울산 NCC공장, 48년 만에 문 닫는다

입력 2020-03-26 17:12   수정 2020-03-27 01:53


국내 첫 석유화학공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경제성 악화와 설비 노후화로 더 이상 유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SK종합화학은 올 12월부터 울산의 나프타분해공정(NCC) 시설을 가동 중단키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공장이 세워진 1972년부터 한 번도 쉬지 않고 매년 20만t씩 고무 플라스틱 소재로 쓰이는 올레핀을 생산한 곳이다. 제조업의 가장 근본이 되는 시설이다. 이 공장은 정유회사가 원유를 정제해 만든 나프타를 가져다 올레핀을 생산했다.

1968년 3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울산 석유화학단지 공장 기공식에서 “오늘날은 석유화학공업의 시대”라며 “일본 경제가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석유화학공업에 크게 기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4년 반이 흐른 1972년 10월 이곳에 국내 최초의 NCC 시설이 자리를 잡았다.

이후 48년간 하루도 가동을 멈추지 않았던 공장이 사라지는 이유는 경제성 악화다. 이곳의 올레핀 제품 생산원가는 중국 석유회사들에 비해 두 배가량 비싸다. 시설이 낡은 데다 제작하는 회사도 많아져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SK종합화학의 생산 능력은 연 67만t으로 20만t가량 줄어든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등 글로벌 석유화학회사들이 공장을 잇따라 증설하면서 제품 가격이 떨어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수요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장이 설립된 지 반세기 가까이 돼 안전환경 문제 등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사라지는 NCC 공장에서 석유 제품을 받아 합성고무를 생산하던 합성고무제조공정 시설도 함께 철수키로 했다. 1992년 상업 가동을 시작한 합성고무제조공정의 생산 능력은 연 3만5000t이다.

울산의 NCC 공장은 한국을 제조업 강국이자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토대가 된 시설이다. 설립 당시엔 대한석유공사의 소유였고, 지금은 SK종합화학이 운영하는 등 주인도 여러 번 바뀌었다.

하지만 1970~1990년대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었던 섬유와 장난감, 전자제품,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소재의 원료를 생산해 공급하는 역할은 유지해왔다. 이전까진 수입에만 의존하던 석유제품을 생산하면서 한국의 산업 근대화를 이끌었다.

공장 가동 이듬해인 1973년 제1차 석유파동이 터지면서 어려움도 겪었지만, 1976년엔 오히려 이곳에서 생산하는 석유제품 공급이 달려 인근 다른 제조업 공장들이 멈춘 경우가 생길 만큼 제조업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다는 평을 듣는다.

이처럼 역사적인 공장은 ‘말 그대로’ 사라진다. 회사는 공장을 새로 보수하려는 계획을 접었다. 시설을 분해해 고철(스크랩)로 팔기로 했다. 대신 고부가가치 사업에 투자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SK종합화학은 플라스틱(비닐) 등을 원료로 하는 패키징(포장) 사업을 들여다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프랑스 1위 패키징 회사인 아르케마의 사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SK종합화학 임직원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경수 사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부득이하게 NCC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향후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 경쟁력 있는 고부가 화학사업 추가 진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 업체가 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설에서 일하는 60여 명의 직원은 사내 다른 부문으로 전환 배치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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