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절벽'…은행 간판 정기예금도 年 0%대로

입력 2020-03-27 17:18   수정 2020-03-28 00:40


은행들이 주력으로 판매하는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마저 연 0%대로 떨어졌다. 1000만원을 1년간 정기예금으로 묶어놔도 얻을 수 있는 이자는 고작 9만원 정도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밑지는 장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25일 간판 정기예금 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이하 1년 만기 기준)를 연 1.05%에서 연 0.90%로 0.15%포인트 인하했다. 농협은행도 이날 연 1.10%였던 ‘큰만족실세예금’ 금리를 연 0.75%까지 0.35%포인트 내렸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낮춘 데 따른 것이다. 돈을 맡길 데가 마땅치 않다는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수신상품 금리 줄줄이 하락

국민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낮춘 것은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 6일 연 1.15%에서 연 1.05%로 내린 데 이어 19일 만에 추가 인하했다. 27일에는 매달 적립하는 적금상품의 금리도 0.4%포인트 낮췄다. 우리은행도 이달 들어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연 0%대 금리를 매겼다.

‘2차 인하대란’도 예고돼 있다. 다음달 중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크게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제로금리로 대출 이자마진이 줄어 수익성이 떨어지는 마당에 수신금리를 그대로 두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달 초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1.35%에서 연 1.10%로 낮춘 신한은행(S드림 정기예금)과 하나은행(하나원큐 정기예금)도 연 0%대로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수신상품의 금리를 낮추는 방향은 정해졌고 적용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수신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올 상반기에는 연 0%대 금리의 정기예금 상품이 속출할 전망이다.

정기예금만이 아니다. 적금, 시중금리부 수시입출식예금(MMDA) 등 수신상품 대부분의 금리가 내려가는 추세다. 수신상품에 붙던 각종 우대금리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다음달 24일부터 인터넷뱅킹을 통해 가입하는 통장(e-플러스 통장)에 제공하던 우대금리를 연 0.5%포인트에서 연 0.1%포인트로 낮춘다.

“은행 직원도 추천 안 한다”

금융권 안팎에선 정기예금의 효용성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는 올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는 분위기”라며 “은행 직원도 정기예금 가입을 추천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은행 이용 행태를 크게 바꿀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달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46조49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647조3449억원)에 비해 8536억원 줄었다. 매년 2월은 설연휴를 지나 정기예금에 자금이 쏠리는 대목이기 때문에 전월 대비 감소는 흔하지 않다. 같은 기간을 비교하면 2018년에는 8조4000억원, 지난해엔 9조8000억원 늘었다. 그만큼 올 들어 정기예금에 ‘등을 돌린’ 이용자가 많다는 얘기다. 과거엔 저성장 국면이어도 정기예금에 돈을 묻어두고 투자처를 물색하는 사례가 많았다.

은행권에선 올해 정기예금 이용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1~2년씩 정기예금으로 돈을 묶어놓는 데 대한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기예금은 오래 넣어둘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 2~3년 맡겨도 1년 만기와 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 국민은행 국민수퍼정기예금의 2년, 3년 만기 금리는 연 1.0%, 연 1.05%다.

“더 내려간다” 고정 이용층 흔들

은행권은 고정 이용층이 흔들릴 수 있다는 고민에 빠졌다. 주요 수신상품이 이용자의 외면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개인 예·적금 중도 해지 건수는 1년 전(55만8645건)보다 17.7% 증가한 65만7562건을 기록했다. 중도 해지가 늘어난 데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은행 수신상품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게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안정적인 자산관리를 추구하는 ‘예·적금파’ 사이에선 “어디에 돈을 맡겨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하소연이 잇따른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 주거래 고객 이탈,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의 부작용을 낳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수신상품의 금리가 높아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은행마다 금리 인하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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