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 기저질환' 놔둔 채 긴급 수혈만으로 두산重 살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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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3-27 17:47   수정 2020-03-28 00:06

[사설] '탈원전 기저질환' 놔둔 채 긴급 수혈만으로 두산重 살리겠나

정부가 자금난에 빠진 두산중공업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1조원의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연내 갚아야 할 8000억원 안팎의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게 돼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이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특정 기업을 위해 1조원을 지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특혜로 보일 소지도 없지 않다. 구조조정은 자금 지원에 앞서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부실화된 원인을 찾아내 정교한 수술로 고치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정부가 ‘일단 살려놓고 보자’며 수혈에 급급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두산중공업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작년 1~3분기 연속 마이너스였고, 이 기간 중 빠져나간 현금이 1조4851억원에 달했다. 영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부채만 크게 늘어 현금흐름이 악화한 것이다. 사정이 나빠진 데는 무엇보다 정부가 2017년 12월 수립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6기의 건설계획을 백지화한 게 결정적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노조에 보낸 휴업 협의요청서에서 “7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됐던 원자력·석탄화력 프로젝트가 취소돼 10조원 규모의 수주물량이 증발하며 경영위기가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의 부실화 흐름을 반전시키려면 영업기반을 확충해 이익을 내고 부채를 줄이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회사 측은 이미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하고, 휴업을 추진하는 등 ‘군살 빼기’에 돌입했다. 문제는 영업기반 확충이다. 세계적으로 산업용 전기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 발전설비 시장에서 이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 정부가 국내에서 일감을 확보해줘야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탈원전 정책의 수정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규 원전건설 백지화를 되돌리기 어렵다면 공사가 진척된 신한울 3·4호기 사업만이라도 재개하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추진 가능한 사업이기도 하다. 탈원전이라는 ‘기저질환’을 놔둔 채 자금만 수혈해서는 회사를 살리기도 어렵거니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혹여 코로나19 쇼크를 빌미로 탈원전 정책 실패의 후유증을 국책은행을 동원해 메우려는 의도라면 더욱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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