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장기불황 대비하는 기업들…로펌에 휴직수당 무급휴직 자문 급증

입력 2020-04-05 13:35   수정 2020-04-06 14:04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이 재택근무, 근로시간 단축, 휴업 등 전례없는 인사 조치를 단행하는 가운데 대형 법률회사(로펌) 노동팀에 자문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외환위기(1997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에 버금가는 실물경제 위기가 닥치자 생존이 불투명해진 일부 기업들은 무급휴직, 정리해고 등 인력 구조조정 계획도 자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상욱 율촌 변호사는 “로펌 노동팀은 전형적으로 불황기에 일감이 늘어나는 조직”이라며 “단기적인 코로나19 대응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불황에 대비하기위한 임금삭감, 저성과자 처우 문제 등을 문의하는 기업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과 합의해 휴직 시행하는 것이 최선"

5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사업장내 코로나19 확진자 또는 의심환자 발생시 대응 조치’를 비롯해 매출이 급감했는 데 꼭 휴업수당을 줘야하는 지, 평균임금의 70%이하로 휴업수당을 줄 수는 없는 지, 강제 휴직이 가능한 지 등을 로펌에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 따른 부품공급 중단이나 예약취소, 매출감소 등으로 휴업하거나,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회사가 있어 며칠간 사옥을 폐쇄하는 경우에도 법적으로는 회사측 귀책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을 줘야한다.

송현석 광장 변호사는 “근로자나 사용자(회사) 어느쪽의 통제권 아래에 있느냐가 변수”라며 “통상 법원 판례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를 넓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장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해 불가피하게 휴업을 실시할 경우에는 휴업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이때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휴업수당은 법상 평균임금의 70% 이상이어야 한다. 70%미만을 지급하려면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 때문에 70%미만 지급 사례는 많지 않다.

김동욱 세종 변호사는 “코로나 사태라는 특별한 사정을 감안할 때, 70%미만을 주는 사례도 생겨날 것”이라며 “이럴 경우 보통 기업들은 휴업수당 대신 노동조합과 합의해 유급휴직을 실시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사업주가 감원 대신 유급휴업·휴직으로 고용을 유지할 경우 정부가 수당의 일부를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한다. 고용노동부는 3개월(4~6월) 동안 한시적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수준을 모든 업종에 (휴업·휴직수당의) 최대 90%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밖에 재택근무제 또는 원격근무제 실시에 따른 ‘재택·원격근무 인프라 구축 지원제도’,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간접노무비 지원 제도’,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른 ‘사업주 융자제도’,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융자제도’ 등 제도도 활용할만하다고 그는 조언했다.

◆정리해고 요건상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당되나

사업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기업의 경우 ‘정리해고’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사례도 많았다. 한 로펌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해고에 엄격한 법 체계를 갖고 있어, 정리해고 준비부터 실행까지 3~6개월 걸리고, 해고 요건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현재 법상 정리해고 요건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 회피 노력 △대상자 선정의 합리성 △근로자대표와의 협의 등 4가지다. 이 변호사는 “현재 코로나19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는 요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선 예전보다 정리해고를 단행하기 수월해졌다”며 “인력 운영 효율성에 대해 외부 컨설팅을 받아보거나 희망퇴직, 무급휴직 등 해고회피 노력을 한다면 정리해고가 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로펌 노동팀 한 변호사는 “예전엔 ‘이미지 타격’때문에 정리해고라는 극단적 카드를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기업도 그럴 처지가 아니다”라며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 모든 방안을 검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소매·유통·항공분야와 오프라인 매장을 많이 갖춘 대기업일수록 구조조정 관련 문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 철수 검토 자문도 늘어났다. 한 변호사는 “한·일 관계 악화의 타격을 받은 일본기업을 비롯해 매출이 부진했던 다국적 기업들은 이번 코로나사태로 아예 한국 철수를 검토중”이라며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업체를 전면 재편하는 것을 각 국가별 로펌에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펌 관계자는 “정규직 채용 대신 전문 업체에 인력을 아웃소싱 하는 형태로 고용 형태를 바꾸려는 기업들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코로나 사태에 따른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휴가 사용을 강제하고, 권고사직을 압박하는 것 등은 법상 불가능하다. 모두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만 인건비 절감을 위한 전환배치는 가능하다. 김상민 태평양 변호사는 “전보 발령시 해당 직원의 ‘생활상 불이익’과 ‘업무상 필요성’을 골고루 따져 시행하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사라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바빠지는 로펌…'간판급 노동변호사'영입 전쟁

기업들의 자문 수요가 급증하면서 로펌들은 노동팀 조직 확대를 위해 '뺏고 뺏기는' 전문가 쟁탈전이 한창이다. 모 로펌의 경우 경쟁사의 ‘간판급’변호사와 조직을 끌어오기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과 수사가 지연되고, 기업 투자도 위축되면서 송무와 자문 매출이 급감한 로펌 입장에선 노동팀이 사실상 유일한 ‘캐쉬카우(현금 창출원)’가 됐기 때문이다. 노동팀의 업무 영역도 기존 노동 관련 재판과 조사·수사 대응 수준에서 노사 관계 컨설팅, 기업 내부비리 조사, 산업 안전, 직장내 괴롭힘 분쟁 등 분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

주완 김앤장 변호사는 “코로나사태 이전부터 노동전담 변호사는 시장 수요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며 “선진 사회로 갈수록 노동법률 전문가가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노동전담 변호사수만 70여명으로 국내 로펌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제약, 자동차, 화학, IT, 금융 등 산업별 전문성을 갖춘 노동전담 변호사가 많은 것이 강점이다.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인 김원정 변호사(사법연수원 13기)가 인사·노무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노동분과위원장 출신인 현천욱 변호사(8기)가 소속돼 있다. 특히 영국 법률전문매체 렉솔로지(Lexology)가 지난 2월 '2020년 기업들이 최고로 선호하는 고용·노동 분야 변호사(Client Choice Awards 2020)'로 선정한 주완 변호사(15기)도 김앤장 인사·노무그룹의 주축이다. 그는 서울지방연호사회에서 노동법연수원장을 맡으며 노동 전문가그룹 양성을 주도하는 국내 최고 노동법 전문가다. 노동위원회 심판 및 조정 경험이 많은 김기영 변호사(17기)도 주요 구성원이다.

태평양은 최근 지방노동청, 고용노동부 등에서 30년 경력을 가진 최대술 전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장을 영입해 노동분야 경쟁력을 강화했다. 주요 기업 노동사건 처리 경험이 많은 판사 출신 이욱래 변호사(22기)가 인사·노무그룹장을 맡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노동전문 조정위원 출신인 이정한 변호사(17기), 판사 재직시절 노동사건 지침서 편찬을 주도한 장상균 변호사(19), 주요 대기업 불법 파견 사건과 사내도급 사건 처리 경험이 많은 김상민 변호사(37) 등이 주축이다.

광장은 코로나 사태에 발빠르게 대응하기위해 자사 홈페이지에 코로나19 전용 자료실을 별도로 개설하고, 인사·노무 관련 자료를 수시로 게시하고 있다. 최근 노동부 기획조정실장 출신 전운배 고문을 영입했다. 진창수 변호사(21기)와 이상훈 변호사(21기)가 공동 노동팀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인 송현석 변호사(34기)가 주축이다. 특히 국내 변호사 중 처음으로 국제노동기구(ILO) 정식 파견 근무 경력을 가진 김용문 변호사(35기)도 팀에 소속돼 있다. 외국계 기업 자문 경험이 많은 함승완 변호사(35기)도 주요 구성원이다.

율촌 노동팀은 기업들의 코로나19 관련 노동 법률리스크를 해소해주기위해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최근 태평양에서 이정우 변호사(37기)도 영입했다. 노동팀장은 작년 세계적 법률매체인 영국의 '후즈후리걸'로부터 노동·고용분야 최우수 변호사로 선정된 조상욱 변호사(28기)가 맡고 있다. 2500억원 규모의 우리은행 통상임금 소송에서 은행을 대리해 최근 최종 승소한 경험이 있다. 박재우 변호사(32기)와 최진수 변호사(35기), 이수정 외국변호사가 주축이다.

세종 인사·노무전문팀은 다른 경쟁로펌에서 3~4명의 노동전담 변호사를 영입하며 덩치를 키울 예정이다. 세종 관계자는 “영입이 예정된 변호사는 아직 기존 로펌에서 퇴직 절차를 밟지 않아 성명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기영석 변호사(30기)가 팀장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소송업무를 총괄했고 노동부에서 노사관계 업무를 담당하는 등 이 분야에 잔뼈가 굵은 김동욱 변호사(36기)가 주축이다.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확인 소송, KTX여승무원 불법파견 소송 등에서 활약한 박성기 변호사(32기)와 노동법 박사 출신인 김종수 변호사(37기) 등도 주요 멤버다.

바른 인사·노무그룹은 광장과 김앤장에서 15년이상 경력을 쌓은 정상태 변호사(35기)가 팀장이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노만경 변호사(18기), 백화점 중간관리점주의 근로자성 소송에서 회사를 대리해 승소한 경험이 있는 문기주 변호사(35기), 노동사건 수사 경험이 많은 서울중앙지검 공안검사 출신 이상진 변호사(30기) 등이 소속돼 있다.

지평의 노동전담 변호사는 한국변호사 21명, 외국변호사 3명으로 국내 5대 로펌 수준의 노동팀 규모를 갖췄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진보성향 판사들이 요직에 배치되면서 비슷한 성향인 지평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10대 로펌이지만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인 김지형 지평 대표(전 대법관)의 영향력으로 노동분야에선 5대 로펌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분석이다. CJ법무팀 출신 이광선 변호사(35기)가 팀장으로 노동부 자문변호사인 권창영 변호사(28기)와 서울시 고문변호사인 김성수 변호사(27기),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문수생 변호사(26기)가 주축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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