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굿뉴스만 듣는 뉴욕 증시…3대 위험은

입력 2020-03-31 08:31   수정 2020-06-25 00:02


뉴욕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찾은 듯 합니다.

30일(현지시간) 주요 지수가 3%대 상승한 미 증시만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지난주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단기 국채(1~3개월물 T-bill)의 금리는 플러스로 정상화됐고, 모두가 걱정했던 하이일드 채권시장에서는 지난 4일 이후 처음으로 레스토랑 프랜차이즈인 욤브랜드(Yum Brands)가 채권 발행에 성공했습니다. 그것도 5000만달러 규모 발행에 수요가 3억달러가 몰려 발행액을 막판 6000만달러로 늘렸습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변동성지수)는 지난 13일 이후 처음으로 6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VIX는 S&P500 지수 풋옵션을 반영하는 걸 감안하면 풋옵션 베팅도 줄어든 겁니다.
안전자산인 금 값도 하락했습니다. 달러인덱스는 강보합세를 보였지만 99대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Fed의 전례없는 유동성 공급, 그리고 미 행정부의 유례없는 부양책 덕분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국채와 모기지 증권, 기업어음과 회사채까지 사들이고 있는 Fed는 이번주 재무부가 출자한 4950억달러를 기반으로 4조달러 규모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는 벌써 네번째 재정 부양책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2조2000억달러 규모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안정되다보니 투자자들이 이제 좋은 뉴스만 가려듣는 듯하다"면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증가 소식이나 실업급여 청구건수 등 나쁜 뉴스는 이미 지수에 반영되어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감염자수는 이제 16만명이 넘었고, 뉴욕에서만 6만6000명에 달합니다.

뉴욕에선 어제 하루 약 7000명의 감염자, 237명의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뉴욕은 센트럴파크에 야전병원을 만들고 있으며, 미 해군의 병원선이 오늘 아침 맨해튼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전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으로 47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실업률은 32.1%로 치솟을 수 있다는 추정치를 내놓았습니다. 이런 실업률은 대공황 당시의 24.9%보다 훨씬 높은 겁니다.

2일 발표될 전주 실업급여 청구건수는 최대 600만건을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또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은 미국 경제가 2분기에 20% 이상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가도 폭락해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장중 한때 배럴당 19.27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블라디미드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해 양국 에너지장관 회담을 하기로 했지만 시장은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물러서려면 경제 제재와 베네수엘라 관련 양보를 해야할텐데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후퇴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미국이 압력을 가해온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5월엔 하루 수출량을 1060만배럴로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 뉴스는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날 아침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오는 9월 개시해서 내년 초 생산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존슨앤드존슨(J&J)의 주가는 8% 급등했습니다. 대량 양산은 내년 말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는데도 말입니다. J&J가 이끌면서 이날 헬스케어 업종 전체가 4.65% 상승했습니다.

유가 급락 속에서도 에너지업종이 1% 가량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독일의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도 투자자들이 주목한 뉴스입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하루 감염자가 4050명으로 2주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둔화세를 보였습니다. 스페인도 5085명으로 3월22일 이후 최저로 줄었습니다.

유럽의 감염자가 줄어든다면, 미국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2주내에 사망자가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희망은 이날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주주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드러납니다.

핑크 CEO는 △세계 경제는 결국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고 회복할 것이다 △극적인 상황에서 경제는 지속적으로 회복 될 것으로 믿는다 △중앙은행들이 신용 경색을 풀기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각국 정부도 재정 부양책을 시행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미래(장기)를 보는 투자자들은 지금 시장에서 엄청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증시 등 금융시장은 물론 기업과 소비자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게 세가지입니다.

① 리밸런싱의 끝

이번 반등의 가장 큰 공신은 리밸런싱 수요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JP모간에 따르면 '주식 60%·채권 40%' 비중을 가진 밸런스형 펀드의 경우 최근 주식이 급락하고 채권 값은 오르자 '주식 55%·채권 45%'로 비중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벤치마크로 돌아가려면 최대 8000억~9000억달러가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모든 펀드가 3월 말에 리밸런싱을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정도 잠재수요가 이번에 생겼다는 겁니다.

핑크 CEO도 서한에서 "일부 고객은 최근 과매도 속에 주식을 리밸런싱할 수 있는 매력적 기회를 잡았다"면서 "통상 채권 비중이 높은 많은 고객들이 주식 비중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꺼번에 몰리는 리밸런싱 수요가 또 다른 단기 과매수 거품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날 캘리포니아 LA공무원퇴직연금(151억달러 규모)은 "역사적으로 변동성이 가장 큰 기간인 만큼 리밸런싱을 늦추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펀드들의 리밸런싱 시기가 각각 다르지만 1분기 말에 리밸런싱하는 펀드들의 수요는 4월초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② 유가의 저주

배럴당 20달러는 공식적 가격일 뿐 입니다.

이날 WTI 텍사스 미들랜드의 가격은 배럴당 10.5달러를 기록했고, 캐나다의 벤치마크인 웨스트캐나다셀렉트는 4.18달러로 거래됐습니다. 저장고가 다 차거나 수요가 더 적은 곳은 훨씬 더 낮게 거래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저유가는 모든 석유업체들이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하이일드 채권 시장이 조금 회복됐지만 셰일업체들은 예외입니다.

이들이 줄줄이 파산할 경우 그 불똥은 미국의 지역은행들로 번질 수 있습니다.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주요 셰일산유지의 지역은행들은 셰일 익스포져가 2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파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셰일 근로자들의 해고가 잇따르면서 텍사스 등의 지역경제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셰일산업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던 2016년 이후 미국의 성장엔진이었습니다. 기업 투자의 절반이 넘는 비중이 셰일 관련 산업에서 이뤄졌습니다.

③ 상업용 MBS(모기지 채권)

4월1일은 통상 미국의 렌트(월세) 납부일입니다. 빌딩, 상가, 주택 등이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 규모는 월 810억달러에 달합니다.

이를 앞두고 주인과 세입자들이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경제활동 중단으로 수입이 없어진 세입자들이 월세 할인이나 납부 유예를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나이키까지도 영업점 임대료를 절반만 우선 지급하는 내용으로 건물주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냥 집주인이 한 달을 참으면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집주인, 빌딩주인도 모기지를 내야합니다. 그리고 그 모기지 증권은 대출한 은행뿐 아니라 여러 금융사들이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월세가 납부되지 않으면 MBS는 부도가 나게됩니다. 그리고 은행과 금융사들은 MBS 채권 가격 하락을 손실로 처리해야할 겁니다. 이 때문에 미 금융당국은 미납된 임대료를 대출로 처리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업계에서 상황이 어떻게 진행 될지 확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정부가 3인 가족 기준 2900달러를 주기로 했고, 중소기업들에게 렌트에 대해선 갚지 않아도 되는 대출을 내주기로 한 만큼 주택이나 상가 일부는 괜찮을 수 있습니다.

일부에선 4월은 정부 지원으로 넘어가더라도 5월1일에 더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엔싱크'(NSYNC)로 활동하던 시절 히트곡 'It’s Gonna Be Me'와 관련된 유명한 meme이 있습니다.

Roses are red (장미는 빨갛지만)
April is grey (4월은 회색빛이다)
But in a few days, (하지만 얼마뒤면)
It's gonna be May (찬란한 5월이 온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이 meme을 되새기는 듯 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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