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유전쟁 중재했다는 '허풍 트윗' 이유는…'트럼프식 협상의 기술'

입력 2020-04-03 11:34   수정 2020-04-03 11:36

[04월 03일(11:34)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선한결 국제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 글로벌 원유시장을 놓고 ‘만우절 농담’을 하는건가?”

미국 금융매체 더스트리트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내놓은 평입니다. 글로벌 유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두 개에 확 뛰었습니다. 전날 장중 배럴당 19달러선까지 내려앉았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24.96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전날 25달러선에 손바뀜된 브렌트유는 배럴당 29.30달러까지 상승했구요.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 내용은 이렇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했다. 사우디와 러시아 양국이 1000만 배럴 원유 감산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바라고 기대한다. 감산이 현실화된다면 석유·가스업계에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감산량이 1500만 배럴일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즉각 부인했습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간 통화를 했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어느 쪽도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유가 관련) 협의안 논의를 시작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앞으로 회담을 벌인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그대로 현실화되긴 힘들어 보입니다. 사우디가 공언한 이달 산유량은 일평균 1230만 배럴, 러시아의 기존 산유량은 1039만 배럴입니다. 양국이 합쳐서 1000만 배럴을 줄인다면 각자 산유량을 반토막 내야 합니다.

하지만 양국은 지난달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10% 수준인 일평균 150만 배럴 추가 감산안조차 합의를 못봤습니다. 사우디는 OPEC 회원국이 하루에 100만 배럴, 러시아 등 비OPEC국이 하루 50만 배럴을 감축하자고 제시했지만 러시아가 이를 거절했습니다.

여기에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각각 유가 전쟁을 벌일 정치적 동기가 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와 푸틴 대통령 모두 올해를 기점으로 장기 집권 틀을 마련하고 싶어합니다. 각자 이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얻어내야 할 것도 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중동 역내에서 미국의 확실한 지원을,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 완화를 원하는 식입니다.

빈 살만 왕세자와 푸틴 대통령은 각각 이번 '치킨 게임'을 통해 자국 국민들에게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도 심어줘야 합니다. 주요 외신들이 사우디와 러시아가 쉽게는 감산 합의에 도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입니다. 더스트리트가 “OPEC 내에서도 감산안 조율이 제대로 안 됐는데 미국이 자국 내 감산 조치조차 없이 사우디와 러시아간 유가 전쟁 중재를 할 수 있을 리 없다”며 “차라리 펭귄이 날 수 있다는 얘기가 더 신빙성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같은 허풍선 발언을 내놓았을까요.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특유의 협상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단 사실이든 아니든 자신이 원하는 안대로 공개 발언을 하고, 이를 통해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협상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는 얘기입니다. 1000만~1500만 배럴 감산이라는 대규모 ‘희망사항’을 시장에 일단 던져봤을 가능성이 있다는거죠.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에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놓고 한동안 이같은 ‘트윗 공세’를 벌였습니다. 작년 5월 초 양국간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한창 나왔을 때엔 갑자기 “중국이 재협상을 하려 해 협의 속도가 느리다”며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더 매길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이같은 폭탄 발언이 나오자 당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5.6% 급락했습니다. 중국 위안화 환율은 3년래 최대폭으로 가치가 폭락했고요. 시장에선 미중 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국에 얼마나 손해가 클 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투자자들이 속출했습니다.

당시 중국 측은 트윗 내용과 관계없이 기존 예정대로 협상단을 미국 워싱턴 D.C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태도를 확 바꿨습니다. 관세 위협을 한 약 일주일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협상은 성공적일 것”이라며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는 정말 특별하다”는 트윗을 올렸죠.

이를 두고 외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해 트위터를 쓰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습니다. CNBC 등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윗이 투자자들을 놀라게 하고 주가를 출렁이게 한다는 사실은 개의치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외국과의 무역협상, 자국 금리 결정 등 주요 이슈를 놓고 ‘치고 빠지는’ 식의 트윗을 종종 올렸습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트윗 중 일부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에도 상당한 영향을 줬는데요. 작년 9월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한 지수를 만들었을 정도입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와 러시아간 유가전쟁에 개입하려는 의사는 있어 보입니다. 지난달 9일만 해도 트윗에 “유가가 하락하면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라며 별 일 없는 것처럼 이야기했던 것과는 정 반대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미중 무역협상 사례를 보면 앞으로도 당분간 유가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글로벌 유가를 들었다놨다 할 전망인데요. 글로벌 유가전쟁이 어떤 결론을 맺을 지 궁금해집니다. (끝) /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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