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대한민국 재무상태 '의견 거절' 위험 없나

입력 2020-04-05 17:14   수정 2020-04-06 00:1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이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중앙은행 역할이 강조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공언했다. 원·달러 환율 급상승과 외환보유액 급감을 저지하기도 벅찬 한국은행에 대해서도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비금융회사 유동성 지원까지 맡으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한은이 Fed처럼 나설 수 없는 이유는 재무상태 차이에서 드러난다. EY한영회계법인과 KPMG로부터 각각 외부감사를 받은 한은과 Fed의 재무상태표를 보면 화폐발행 규모는 한은이 126조원인 데 비해 Fed는 17.2배인 2167조원이다. 발권력과 상관관계가 높은 지급준비성 예금 차이도 17.2배다.

외화매입 자금을 위한 한은의 통화안정증권 발행은 164조원이지만 Fed는 외화매입 부담 자체가 없다. 자금 운용을 통한 자산 배분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Fed는 국채 매입과 기업 대출 및 회사채 매입에 99%의 자금을 집중하지만, 한은 자금의 76%인 375조원은 외환보유액에 묶여 있다. 돈을 더 찍어서 풀면 될 것 같지만 민간과 금융회사의 국내 화폐 수요는 제한적이다. 환수된 화폐는 현금 자산으로 계상하지 못하고 화폐 발행 부채의 감소로 처리하기 때문에 한은 재무상태표의 현금 잔액은 항상 0(零)원이다.

한은에서 다른 형태의 부채가 증가하면 건전성 비율은 악화되고 신뢰성 저하에 따른 외화수급 불안도 심화된다. 언스트앤드영으로부터 품질 관리 및 심리를 받는 EY한영회계법인의 외부감사도 의식해야 한다. 감사 대상 기관의 계속성 유지에 중대한 의문이 있을 경우 감사의견 거절을 고려해야 한다. 상장법인의 경우 ‘의견 거절’은 상장폐지 사유다.

기축통화를 보유한 Fed의 상황은 다르다.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달러 확보를 위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하는 국가가 늘고 해외 부문의 화폐발행 수요는 증가한다. 달러를 찍어 해외로 보낼수록 Fed의 미국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능력은 확대된다. 강력한 발권력을 기반으로 Fed는 4조달러(약 500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미국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Fed의 특수한 구조도 양적완화의 든든한 밑천이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가 동전(coin)을 직접 발행해 Fed에 매각한다. Fed가 보유한 동전은 지폐와 달리 예치금 성격의 자산으로 재무제표에 표시되는데, 2019년 말 잔액은 17억달러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연방정부가 1조달러짜리 백금동전을 발행해 Fed에 넘기고 지폐를 받아 국고에서 사용하면 재정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한은은 무자본 특수법인이어서 납입자본이 없는 데 비해 Fed는 출범 당시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39조원이 있고 추가 증자도 가능하다.

Fed에 비해 발권력이 극히 제한적인 한은에 지나친 양적완화 부담을 씌우는 것은 무리수다. 세수를 초과한 선심성 지출을 남발해 국가 채무를 산더미처럼 쌓으면 국가신용도는 추락한다. 기업에 대한 지원은 자구노력을 엄정히 평가하되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산업은행 등을 통해 정부 돈을 투입할 때는 기존 주주의 책임을 엄정히 물어 부실에 따른 무상감자를 대폭 실시해야 한다. 청년이 창의력을 발휘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분야에 대한 금융 지원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외환관리 책임이 막중한 한은에 책임을 떠넘기기보다는 유동성 비율과 예대율 등 금융감독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금융회사 대출 여력을 확충하는 긴급조치를 신속히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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