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구조조정…EPL 등 프로구단 '연봉 삭감' 갈등

입력 2020-04-06 18:00   수정 2020-04-07 00:21

글로벌 프로 스포츠업계가 구조조정을 놓고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가 줄줄이 ‘개점휴업’에 빠진 여파다. 코로나19발(發)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구단들과 급여봉투에는 손댈 수 없다는 선수들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속도 붙는 코로나19발(發) 구조조정

고액의 선수 연봉 삭감이 뜨거운 감자다. 리그 중단으로 입장권, 중계권료 등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리그 존폐가 위협받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달 31일 미국럭비연맹이 경영난을 이유로 파산을 신청했다.

연봉 삭감 논의가 가장 활발한 곳은 ‘부자선수’들이 즐비한 유럽프로축구리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은 선수들의 급여를 30%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이런 구단들의 움직임을 거들었다.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많은 사람이 희생하고 있는 만큼 EPL 선수들도 급여를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수단과 관련한 인건비 지출이 큰 만큼 선수단 급여를 줄이지 않으면 구단 관계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논리다. EPL 부자구단 중 한 곳인 리버풀은 지난 4일 직원 200여 명을 해고했다. 지난달 토트넘 홋스퍼와 뉴캐슬 유나이티드도 직원 임금을 삭감했다.

리오넬 메시가 뛰는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는 1군 선수단 급여 70%를 삭감하기로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도르트문트,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도 급여 중 일부만 받기로 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 선수단은 9000만 유로(약 1212억원)에 달하는 구단의 연봉 삭감 요청을 받아들였다.

프로 스포츠의 천국 미국에서도 연봉 삭감은 뜨거운 이슈다. 미국 프로야구리그(MLB)는 경기 축소에 따른 급여 삭감을 선수노조에 요청했다. 사무국 임원진의 급여 20%를 삭감한 미 프로농구협회(NBA)도 연봉 삭감을 두고 선수노조와 협상을 시작했다.

“선수를 희생양 삼지 말라”

선수들은 구단의 움직임이 자신들을 위기돌파 희생양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영국 프로축구선수협회(PFA)는 지난 4일 EPL 20개 구단 주장들의 이름을 내건 성명서를 통해 “30% 연봉 삭감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2000만파운드(약 303억원)를 자선 용도로 내놓고 하부 리그 구단을 위해 1억2500만파운드(약 1895억원)를 지원할 것을 EPL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연봉 삭감으로 줄인 비용이 스포츠 생태계 유지가 아니라 구단주 주머니로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메시와 유벤투스 소속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연봉 삭감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메시는 SNS에 “(삭감을 강요하기 위해) 구단이 우리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감시하고 압박했다”고 공개적으로 구단을 비난했다. 호날두 역시 구단이 자신에게 걸맞은 대우를 하지 않으면 이적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한 축구 지도자는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볼 수 있듯이 프로뿐 아니라 스포츠 전반으로 연봉 삭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며 “리그 중단이 장기화되면 국내에서도 연봉 삭감 등 구조조정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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