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멀어지는 'V자 회복'…근시안 탈피해 장기대책 강구해야

입력 2020-04-09 17:47   수정 2020-04-10 00:0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1%대 성장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0%대 성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간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2.3%로 대폭 낮췄다. 이게 현실화하면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처음 역(逆)성장 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확산세만 잡히면 경기가 급속히 회복할 것으로 점쳤지만 갈수록 비관론이 우세해지는 형국이다. 불과 2주 전 “코로나19는 눈폭풍과 같은 자연재해”라며 ‘V자’ 경기회복을 예상했던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최근 입장을 바꿔 침체 장기화를 전망했다.

그런 점에서 방역도 경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 신규 확진자수가 확연히 줄고 주가·환율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계심이 다소 느슨해진 게 사실이다. 발원지인 중국에 이어 일찌감치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진 한국은 지금 한고비를 넘겼다 해도 언제 다시 확산할지 알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은 지금 코로나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단계다.

실물경제 타격은 이제 시작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세계적인 입국 봉쇄로 항공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기내식 사업자, 공항 리무진버스 회사, 관광회사 등으로 피해가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당장은 항공사만 감원 태풍에 휘말려 있는 것 같지만 협력업체와 전후방 산업이 연쇄 실업사태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국내 면세점업계 1, 2위인 롯데와 신라가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의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고도 향후 10년짜리 계약을 최근 포기한 것도 심상치 않은 징조다. 올해만이 아니라 상당 기간 경기전망을 어둡게 본다는 의미여서다.

따라서 코로나발(發) 복합경제위기 대책도 긴 안목에서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대책은 자영업자와 항공사 등 1차 피해 기업과 업종의 출혈을 막고, 금융시장의 급한 불을 끄고, 국민 개개인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는 단기처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불황’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대책도 중장기적 시각에서 다시 짜야 할 것이다. 앞으로 2~3년은 코로나 쇼크의 후유증이 지속될 수 있다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경제정책 기조 전환을 포함해 새 틀을 마련하는 게 필수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글로벌 공급망, 세계 교역환경, 소비행태 등이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장기침체에 걸맞게 경제체질을 강화할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정부가 금기시했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탈원전 등 핵심 정책의 수정도 검토해야 한다. 3~4년 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수립할 때와는 지금의 경제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에 정책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위기는 기회라지만, 가만히 있으면 위기는 위기일 뿐이다. 멀리 내다보고, 유연하게 자세를 고쳐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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