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캐디는 '생활고'…주말 캐디 '뜻밖의 특수'

입력 2020-04-10 16:06   수정 2020-07-09 00:03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장하나(28)의 캐디백을 메는 진성용(45)씨는 엘리트 육상 선수 출신이다. 은퇴 후 대기업을 다녔지만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다 투어 전문 캐디의 길로 들어섰다. 선수 때 경험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렸고 성적도 잘 나와서인지 지난해까진 수입이 꽤 괜찮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어가 중단되면서 수입이 ‘뚝’ 끊겼다. 10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진씨는 “나는 그나마 선수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생활비’를 지원해 줘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캐디들이 훨씬 많다”고 전했다.

투어 전문 캐디들이 ‘코로나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일감이 완전히 끊긴 탓이다. KLPGA투어는 지난해 12월 8일 끝난 개막전을 빼면 5월 중순까지 예정돼 있던 대회들이 모두 취소 또는 연기됐다. 다음달 15일 예정된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이 졸지에 국내 개막전이 됐다. 하지만 이 대회 역시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KLPGA투어보다 대회 수가 절반가량 적은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도 사정이 비슷하다.

대회 없어 수입도 사실상 ‘0원’

캐디는 선수처럼 ‘개인 사업자’로 분류된다.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하지만 대회가 없으면 수입도 없다. 일반적으로 선수 전문 캐디는 고용주인 선수로부터 ‘주급’을 받는다. 3~4일간 이어지는 대회를 뛰면 '초보 캐디'는 80만원 안팎을 받지만 ‘챔피언 캐디’ 등의 꼬리표가 붙어 인기가 올라가면 120만원까지 몸값이 뛴다. 최정상급 캐디는 몸값이 이보다 더 올라간다. 성적에 따라 받는 인센티브는 별도다. 우승 시 상금의 7~10%, 톱10 입상 시 상금의 5~8%, 톱20 입상 시 상금의 4~6%를 받는 게 일반적인 ‘시세’다. 얼핏 보면 소득이 높아 보인다. 실제 2억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리는 캐디도 등장했다. 하지만 성적이 나지 않으면 경기 당일에도 해고당할 수 있는 게 투어 캐디다. 캐디들이 스스로를 ‘파리 목숨’으로 비유하는 이유다.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전문 캐디들은 대리운전을 하거나 택배를 나르며 생활비를 근근이 해결하고 있다. 부족한 수입을 메우려 따로 음식점과 술집을 차렸다가 코로나19로 장사가 안돼 그나마 모아둔 돈마저 모두 날린 캐디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구제해 줄 ‘안전장치’는 어디에도 없다.

1년 단위로 연봉 계약을 하는 ‘S급’ 캐디가 있기는 하다. 남녀 투어를 통틀어봤자 5명 내외에 불과하다는 게 골프계 중론이다.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연봉을 미리 받은 캐디 중 선수로부터 다시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캐디도 있다. 이후 둘의 사이가 어색하게 됐다”며 “선수도, 캐디도 어려운 상황이라 둘의 사정이 모두 딱하게 됐다”고 했다.

언택트 골프 바람…‘하우스 캐디’는 봄날

반면 주말 골퍼들의 라운드를 돕는 ‘하우스 캐디’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가을과 봄이 길어진 데다 겨울까지 따뜻해지면서 일감이 늘어난 덕분이다. 관행화된 ‘버디값’ 수입도 짭짤하다. 하루 두 타임을 뛰면 고정 캐디피 외에 2만~3만원이 더 들어오는 게 흔하다.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어 캐디’는 수입이 이보다 훨씬 많다. 인천 스카이72GC에서 근무하는 ‘글로벌서비스 캐디’는 외국인 손님들을 대상으로 캐디피 3만원을 추가로 받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도권 골프장 경기팀장은 “지난달 우리 골프장 캐디들은 평균 300만~400만원을 가져갔다”며 “지난겨울 가외수입까지 합치면 올해 연봉이 6000만~7000만에 이르는 캐디가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 캐디보다 일반 캐디의 수입이 더 많아지는 ‘소득 역전’이 생겨난 것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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