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0만 배럴 감산으론 충분치 않다"…유가 또 9.3% 폭락

입력 2020-04-10 17:36   수정 2020-04-11 00:42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증산 ‘치킨게임’을 일단 멈추고 원유를 감산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미국도 여기에 숟가락을 얹는 모양새다. 하지만 원유 시장은 시큰둥하다. 감산 규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감소폭을 턱없이 밑도는 데다 합의가 이행될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멕시코가 각각 원유 감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는 10만 배럴을 감산하고, 미국은 25만 배럴을 감산해 멕시코를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3개 OPEC 회원국과 10개 주요 산유국 등 23개국(OPEC+)은 다음달부터 2개월간 원유 생산량을 하루평균 1000만 배럴씩 줄인다”며 “22개국은 이에 합의했고, 멕시코만 동의하면 이 같은 안을 실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하루 330만 배럴, 러시아는 200만 배럴을 감축한다. OPEC+는 오는 7월 1일부터 연말까지 하루 800만 배럴을 감축 생산한다.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하루 600만 배럴을 감산한다. 이번 감산폭은 OPEC+ 사상 최대 규모다.

이날 미국과 멕시코의 감산 동참 발표에 따른 원유 시장 움직임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기독교 휴일인 ‘성금요일’을 맞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영국 국제상업거래소(ICE) 등 국제 원유 선물 시장이 문을 닫아서다. 그러나 두 나라의 합산 감산량이 35만 배럴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기존 유가 하락세에 제동을 걸기는 매우 어려울 전망이다. 전날 원유 시장은 OPEC+의 1000만 배럴 규모 감산안 발표에도 하락세를 보였다. 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물은 대규모 감산 기대에 12%가량 폭등했다가 합의 내용이 공개되자 하락세로 전환, 9.3% 급락한 배럴당 22.7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세계 원유 수요 타격을 상쇄하기엔 감산 규모가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거래기업 트라피규라는 이달 세계 석유 수요 감소폭이 하루 30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사드 라힘 트라피규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이동금지 등 조치로 발이 묶인 이들만 30억 명에 달한다”며 “세계 석유 수요가 기존(하루 약 1억 배럴)에 비해 30%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업 IHS마킷은 같은 기간 석유 수요가 하루 2000만 배럴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하메드 바킨도 OPEC 사무총장은 “요즘 세계적인 수급 구조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불균형하다”며 “2분기에만 하루 1200만 배럴 정도의 수요가 줄고, 향후 감소폭은 더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계 석유 재고는 전례없는 수준으로 쌓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행기 등 운항이 멈추고 공장이 돌아가지 않아서다. 세계 3위 석유 소비국인 인도는 이달부터 아예 석유 수입 계약을 제때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주요 산유국에 통보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 내 대부분 사업장을 폐쇄해 석유 수요가 최대 70%가량 급감해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8일 미국 민간기업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1520만 배럴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감산안도 이미 각국이 시행 중인 증산량을 고려하면 실제 감산폭이 크지 않다. 사우디는 이달 하루에 원유 123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사우디가 330만 배럴을 감산하면 전달(970만 배럴)과 비교한 감산량은 약 70만 배럴에 그친다는 얘기다.

파트히 바이오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무는 “OPEC+가 2분기에 하루 1000만 배럴을 감산해도 석유 재고는 하루 1500만 배럴씩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OPEC+가 감산안을 그대로 이행하더라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의 이행에 변수가 많은 것도 문제다. 당초 OPEC+는 멕시코에 40만 배럴 감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는 이를 완강히 거부하다 멕시코는 10만 배럴, 미국은 25만 배럴을 감산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양국 감산량을 합해도 OPEC+가 요구한 감산 규모보다 적다.

미국이 멕시코의 발표대로 원유 감산에 동참할지도 관건이다. 미국은 그간 정부가 에너지기업의 생산량을 임의로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현행 규정상 미국 에너지 기업이 특정 협정에 따라 일제히 감산에 나설 경우 반독점법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는 “미국과 멕시코가 감산에 동참하지 않으면 감산 합의는 결국 어그러질 것”이라며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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