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에 꽂힌 '바다 사나이'…김재철의 인생 2모작은 농업연구

입력 2020-04-12 17:49   수정 2020-10-14 18:48

‘바다 사나이’로 불리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지난해 4월 은퇴한 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바다에 반백 년 청춘을 쏟고 여생을 보내기로 한 분야는 의외로 ‘농업’이다. 그룹 연수원 동원리더스아카데미 옆에 지은 8000㎡(2400평) 규모의 스마트팜에서 농작물 수경재배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농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만들겠다”고 새로운 포부를 밝혔다.


50년 만에 다시 맺게 된 농업과의 인연

김 회장은 농업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전남 강진에서 9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원래 가업인 농업을 물려받기로 돼 있었다. 전남 강진농고 졸업을 앞두고 서울대 농과대학에 입학하려 했다. 그러다 “바다는 무궁한 자원의 보고”라는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수산대(현 부경대)로 방향을 틀었다.

김 회장은 지난해 50년 기업가 인생을 정리할 즈음부터 농업에 다시 눈을 돌렸다. 퇴임 1년 전 경기 이천시 장호원에 있는 그룹 연수원 옆에 스마트팜 공장 하우스 1동을 지었다. 수경재배로 상추를 재배하는 곳이다. 운영은 2005년 설립한 농업회사법인 어석이 맡고 있다. 어석은 원래 벼와 복숭아를 기르며 임직원 가족의 주말농장을 관리하는 곳이었다. 김 회장은 어석에 사물인터넷(IoT)이 접목된 스마트팜 개발, 운영을 지시했다.

김 회장은 “농업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생계가 유지되는 산업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내 실정에 맞는 스마트팜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해서 착수한 연구가 수경재배였다. 흙이 필요없으니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음악까지 들려주는 첨단 농업

이곳에서는 동원F&B가 판매하는 프리미엄 상추 브랜드 ‘청미채’가 생산된다.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영양 공급을 자동 제어하고 수온은 항상 18~20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루 10회 영양액을 공급하고 시간대별로 좋은 음악도 들려준다. 흙이 없으니 잡초나 병충해가 없고 농약을 칠 필요가 없다. 가뭄으로 땅이 메마를 염려도 없다. 농장 관계자는 “상추는 고온을 이기지 못하는 예민한 작물이어서 여름에 가격이 치솟는 게 일반적”이라며 “수경재배 방식을 쓰니 사계절 수확량이 일정해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스마트팜 공장에선 지난해 상추 100t이 생산됐다. 연중 상시로 수확할 수 있어 토양에서 기를 때보다 생산성이 높다. 수경재배 농장 가운데서도 최대 수확량이다. 로메인, 버터헤드, 이자벨 등 다양한 종류의 상추가 나온다. 일반 상추보다 아삭한 식감을 내고, 오랫동안 보관해도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 회장은 한 달에 두세 번 꼭 이 공장에 들르고 있다. 한 번 오면 반나절은 머물면서 직원들과 공장 운영 현황과 새로운 재배법 등에 대해 토론하길 좋아한다고 한다. 김 회장은 동원이 농업에 본격 진출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농가에서 수경재배로 생산을 하면 동원은 유통망을 마련해 매입하고 팔아주는 구조를 갖추고 싶어 한다.


“물고기 배설물, 퇴비로 쓰겠다”

김 회장은 청미채 브랜드를 출시했을 때 회사 차원의 홍보를 하지 못하게 했다. 수경재배 성과도 일절 내세우지 않도록 했다. 청미채 상추는 동원몰과 동원F&B 본사 직판장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그는 “대규모 농장을 조성하려는 게 전혀 아니다”며 “장기적인 기술 투자로 국내 농업에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최종 목표는 물고기를 활용해 농산물을 재배하는 ‘아쿠아포닉스’를 상용화하는 것이다. 물고기 양식 과정에서 생긴 배설물을 퇴비로 활용하는 재배법이다. 양어장은 물고기 배설물이 많아지면 독소가 생기기 때문에 자주 물을 갈아줘야 하지만, 아쿠아포닉스를 도입하면 물 교체의 번거로움이 없다. 물을 아끼고 퇴비도 아끼는 자연순환형 농법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험 단계다. 김 회장은 동원을 이끌 당시 ‘본업을 버려도, 본업만 해도 망한다’는 경영 원칙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퇴임 후에도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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