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마다 주도株 물갈이…'BTS' 대약진의 시대

입력 2020-04-12 17:17   수정 2020-04-29 16:20


올 들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약 29조원에서 37조원으로 8조원 늘어났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이 242조원 증발하는 동안 이뤄낸 성과다. 2위와 3위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이 차지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약 8조원에서 11조원, 셀트리온은 약 23조원에서 26조원으로 시총이 증가했다. 올 들어 시총 증가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12개가 바이오주였다.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화두는 바이오주의 급부상이다. 단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과 진단키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바이오·헬스케어산업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당장 눈앞의 위기를 막느라 정신없지만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세계 각국에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 의료 체계를 강화하는 정책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기 후 바뀌는 증시 주도주

증시 주도주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특히 사회를 뿌리째 뒤흔든 위기가 변곡점이 됐다. 1997년 외환위기가 그랬다. 이전까지 국내 증시 주도주는 공기업, 통신, 은행이었다. 위기가 끝나자 민간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대약진이 시작됐다.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과 관치금융이 힘을 잃고 시장경제에 자리를 내준 결과다. ‘닷컴 붐’을 탄 창업 열풍도 한몫했다.

1996년 말 시총 1, 2위는 공기업인 한국전력(15조4000억원)과 포항제철(현 포스코, 3조4000억원) 차지였다. 삼성전자(3조2000억원)는 3위에 불과했다.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2조7000억원)과 LG유플러스 전신인 데이콤(1조3000억원)이 각각 4위와 8위였다. 신한은행(1조4000억원·6위)과 외환은행(1조3000억원·9위) 등 시총 상위 50개 종목 중 12개가 은행이었다.

1999년 말 한국통신공사(현 KT)가 시총 1위를 차지했지만 한국전력과 포항제철은 각각 5위와 7위로 밀려났다. 대신 삼성전자(2위)를 비롯해 SK텔레콤(4위), 현대전자(8위), LG정보통신(11위), 삼성전기(12위) 등 IT주가 증시 주도주로 부상했다. 하나로통신(16위), 새롬기술(25위), 한글과컴퓨터(28위), 다음(31위) 등 신생 기업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위기를 겪은 뒤 증시 주도주가 바뀌는 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에서도 나타났다. 제너럴모터스(GM), 씨티은행, AIG 같은 거대 기업이 휘청이는 동안에도 실리콘밸리에선 혁신이 일어나고 있었다. 위기가 끝나자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붐이 일었다. 증시도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이른바 ‘FAANG’ 기업이 이끌었다.

한국에선 금융위기 이후 IT와 비(非)IT 간 주가 양극화가 더욱 깊어졌다. 2007년 말부터 2019년 말까지 삼성전자 시총은 92조원에서 370조원으로 4배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6배, 네이버는 3배 늘었다. 반면 포스코와 삼성중공업은 반 토막이 났다. KB금융은 제일저축은행,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등을 인수했지만 시총이 23조원에서 20조원으로 줄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시총이 매출이 몇 배나 더 많은 GM을 넘어선 것처럼 기업 주가에는 시대의 변화가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급락장에서도 주가 오른 바이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선 바이오가 산업구조 변화의 최전선에 설 전망이다. 온라인과 비대면 비즈니스 확대로 기존 IT기업들도 계속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이미 스포트라이트는 바이오·헬스케어로 옮겨갔다. 국내 대기업들도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약 개발 외에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가 한국 바이오산업에 홍보의 장이 됐다”며 “앞으로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국내 업체에 떨어질 일감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0일 미국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로부터 4418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중화항체 수탁생산 계약을 따내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삼성바이오 작년 매출의 63.0%에 해당하는 수주다. 피씨엘, 수젠텍 등에도 진단키트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주가는 벌써 높아진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유가증권·코스닥시장 83개 바이오기업으로 구성된 ‘KRX 헬스케어’지수는 올 들어 8.7%, 국내 증시가 저점을 찍은 지난달 19일 이후 44.8% 올랐다. 각각 -15.3%와 27.7%인 코스피지수 등락률을 크게 웃돌았다.

삼성전자(-39조1201억원), SK하이닉스(-7조2800억원), 네이버(-3조3878억원) 등 국내 대표 IT주들의 시총이 줄어들 때 대부분 바이오주는 시총이 증가했다. 방송, 게임, IT부품 등으로 구성된 코스닥 시총 상위주도 바이오주로 재편되고 있다. 작년 말 코스닥 시총 10위 내 바이오주는 세 곳에 그쳤지만 지금은 셀트리온헬스케어(1위), 에이치엘비(2위), 씨젠(6위), 셀트리온제약(7위), 헬릭스미스(9위) 등 다섯 곳으로 늘었다.

미국에서도 S&P500지수가 2월 19일 사상 최고점을 찍고 지난 9일까지 17.6% 하락했지만 리제네론(28.0%), 길리어드(10.2%), 일라이릴리(3.5%) 등 바이오주는 상승했다. 이창목 센터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국내 바이오주에 실체가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이번 사태가 바이오가 증시 핵심 주도주로 재부상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황정수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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