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1,400만대 사라질 완성차, 살아남아야

입력 2020-04-13 09:35  


 -수출 의존도 낮추기 어려워

 지난해 현대자동차 글로벌경영연구소가 예측한 2020년 글로벌 완성차 판매는 8,730만대다. 하지만 IHS마킷은 최근 글로벌 시장이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완성차 판매가 7,33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무려 1,400만대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셈이다. 

 지역별로 수정 예측된 예상 판매는 미국이 2019년 대비 26% 줄어든 1,260만대, 유럽은 17% 감소한 1,710만대, 중국은 14% 하락한 2,180만대다. 물론 하락의 전제는 공장을 포함한 각 나라의 봉쇄조치 연장이고 IHS마킷은 그 가능성을 40%로 내다봤다. 게다가 각 나라의 긴급 경기부양책 효과가 미미한 상황까지 겹치면 올해 글로벌 신차 판매는 1,600만대가 줄어 7,120만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경고했다. 한 마디로 자동차 폭락이다. 

 올해 예측된 1,400만대의 감소 물량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든 나라에 적용된다고 가정할 때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받을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한국만 해도 16%가 줄면 지난해 생산한 395만대 가운데 63만대가 사라진다. 정부가 긴급하게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1%까지 내려 내수 증진을 도모했지만 수출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자 자동차업계가 정부에 유동성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1차~3차 협력사들의 납품대금용 기업어음의 국책금융기관 매입(7조2,000억원),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 매입 규모 확대(1조원), 완성차 및 자동차 관련 유동성 공급지원(7조원), 자동차 수출금융 지원정책 마련(15조2,000억원) 등 무려 30조4,000억원 규모다. 글로벌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출 중심의 자동차산업이 단기간 회복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뒤따르면서 지원이 없으면 공급망이 붕괴해 기간 산업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음을 우려한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자동차는 물론이고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자동차산업에만 상당한 지원을 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모두가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자동차부문의 대규모 지원이 특정 산업의 밀어주기로 보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고용된 근로자가 적지 않은 데다 부품회사의 어려움이 가중되면 공급망이 붕괴돼 글로벌 경쟁력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만큼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지원 논란을 떠나 한편에선 개별 기업의 버티기도 시작됐다. 쌍용차는 현금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에 나섰고 현대차그룹 또한 위기 시나리오 가동에 들어갔다.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 내수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판매 하락을 막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금은 판매를 늘리는 게 아니라 하락을 최대한 저지하는 게 생존 비결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출 요청이 급감하고 있어 국내 공장 조업 일수를 조정하는 상황이다. 

 GM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도 현금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GM은 6만9,000명의 급여를 20% 일괄 삭감했고 확보 가능한 현금을 모아 약 19조원을 쌓아 놨다. 토요타 또한 11조원을 금융권에서 빌렸고 다임러그룹도 13조원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권과 논의 중이다. 코로나19는 기본적으로 이동을 억제시키는 감염병이어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통사업과 이동에 필요한 제조물을 만들어 공급하는 기업의 역할은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런데 각 나라의 자동차산업 지원이 자칫 '자동차 민족주의'로 흐를 수 있음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든 나라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자동차산업 지원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우선 지원 대상은 해당 국가 및 지역에 본사와 공장을 둔 기업이다. 이 경우 세금이 투입된 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는 민족주의가 고개를 들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은 GM은 미국 내 시민단체들의 '애국 캠페인' 도움(?) 덕분에 단기간 부진을 회복했고 그 영향은 현대기아차가 일부 받았다. 그렇다고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출 수도 없었던 만큼 현대기아차는 조용히 시간만 가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각 나라의 자동차산업 지원이 해당 국가 소비자들의 민족주의 자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물론 과거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곳곳에 공장을 짓고 현지화를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은 화살을 비켜갈 수 있지만 공장이 없는 곳은 바람막이가 없어 고민이다. 관련해 이화여대 박재용 교수(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는 코로나19가 오히려 현대기아차의 '국내 공장 축소, 해외 공장 증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은 자동차 수출 의존도가 높아 '자동차 민족주의'를 피해야 하는 입장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일단 살아남은 후에 생각할 문제일 뿐 지금은 무조건 버텨내는 게 급선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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