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경화, IT전공 후 '하이에나' 김혜수 비서가 되기까지

입력 2020-04-16 13:33   수정 2020-04-16 13:35



"졸업하고도 교수님께 계속 전화가 왔어요. 부모님은 공무원 시험 준비하라고 하시고요."

지난 11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는 변호사들의 욕망을 풀어내는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로 더욱 사랑받았다.

A라인 스커트에 공들여 빗은 세팅 머리가 아닌 안경을 쓰고, 바지를 입은 비서 이지은도 예외는 아니었다. 배우 오경화는 때론 능청스럽고, 때론 누구보다 빠른 눈치로 정금자(김혜수)의 오른팔로 활약하는 이지은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얼핏보면 괴짜처럼 보이는 이지은이지만 오경화의 매력이 더해져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더욱 사랑받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오경화가 드라마에서 이름있는 역할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취업이 잘된다"는 IT학과를 졸업했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연기를 시작했다"는 오경화는 졸업후 지난 6년 동안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를 쌓아왔다. 오디션부터 촬영장 투입까지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었지만,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건 이전까지 시간으로 다진 내공 덕분이다.

"포털 프로필에는 나오지 않지만, 작년에도 SBS '복수가 돌아왔다', KBS '퍼퓸', '보건교사 안은영'하고, 단편영화까지 찍었어요. 계속 단역을 연기하다보니 이지은 역할로 오디션을 보면서도 제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 못했어요. 단역들이 오디션을 볼 때 다른 배역의 대사로 보거든요. 그래서 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감동과 울컥하는 감정이 같이 밀려왔어요."

그렇지만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이전까지는 짧게 등장하는 단역이었고, 주연부터 단역까지 일괄적으로 분장, 의상을 준비하는 영화 현장과 달리 드라마 촬영장은 각자 준비해와야 했기 때문. 회사도 없이 그동안 홀로 활동했던 오경화는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혼자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하이에나'에서도 금자가 운전을 하고, 지은은 옆에서 자료를 챙기는데 저도 그래요. 면허가 있긴 하지만 장롱면허라 운전을 잘 못하거든요. 촬영장까지 운전도 못하는데 어떻게 가야하나 막막했죠. 그런데 김혜수 선배님 회사와 인연이 닿아서 암담함이 풀렸어요. 그때 저희 회사에서도 젊은 배우들을 많이 영입하던 시기였고, 서로 타이밍이 잘 맞았던 거 같아요."

◆ "너무 멋있는 어른, 김혜수 선배"

김혜수는 오경화가 봤던 이지은 역 오디션에 직접 참석했고, 오경화를 '픽(Pick)'하겠다는 의견을 던졌던 인물. 여기에 촬영장에서는 물론 '한솥밥'을 먹게 된 소속사 막내 배우가 됐기에 "더 각별하게 대해주진 않냐"고 묻자 오경화는 손을 내저으며 "그런 일에 좌지우지되는 인간상을 가진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혜수 예찬론이 시작됐다.

"지은이라는 캐릭터는 금자와 일반적인 변호사와 비서, 사무장의 관계가 아닌 오랜 지인, 최측근 같은 느낌이더라고요. 계속 붙어서 나오고 감정적으로도 돈독할 거 같아서 인간적인 김혜수 선배님의 모습을 알고 싶어서 인터뷰를 많이 찾아봤어요.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변화를 인정한다는 말을 보면서 '아, 이분은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는 분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죠."

실제로 마주한 김혜수는 "더 깊고,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라고 했다. 촬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영화 '차이나타운'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내던 보스 두목 '엄마', 드라마 '시그널'의 '차수연' 형사였던 김혜수가 보여준 인간적인 배려에 매료됐다는 것.

"오디션장에 갈 때부터 김혜수 선배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긴장이 됐어요. 속이 너무 답답해서 버스 제일 뒷좌석 가운데에 앉았는데 미치겠더라고요. 그런데 오디션장에서 김혜수 선배님 눈빛을 보는 순간 모든 기장이 풀렸어요. 적대감을 가진 사람, 긴장감을 유발하는 사람은 눈빛만 봐도 알잖아요. 따뜻한 눈빛으로 쳐다만 보시는데, 그때부터 긴장이 하나도 안됐어요. 김혜수 선배는 서른살 오경화 인생에 만난 정말 좋은, 진짜 어른이에요."

◆ 바닥부터 시작한 6년…"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오경화는 IT를 전공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모셔간다는 공부를 한만큼 졸업 후 배우를 한다는 오경화에게 교수들이 전화를 걸어 왔다고. 부모님도 2년 동안은 "공무원 시험이라도 보는게 어떻겠냐"면서 그를 말렸다.

그럼에도 오경화는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다양한 사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을 채워갔다. 연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오경화다. SNS에 각각의 캐릭터 이름으로 올린 정금자 삼행시도 모두 오경화가 직접 썼다.

"제가 광주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학점교류로 서울에서 수업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고시텔에 살았는데, 학교에서는 아는 사람도 없고 공부하기도 힘들고 척박한 환경에서 드라마를 보는게 활력이 됐어요. '해를 품은 달' 장영남 선배가 연기하는걸 보는데 고독함도 외로움도 사라지고 행복하더라고요. 고문당하는 역할이었는데, 그걸 보면서 행복이란 감정을 느끼는 저를 보며 '예술은 흥미로운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던거 같아요. 이후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진중하게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들었고, 그때 또 그게 떠올랐어요. 이젠 무시해선 안되겠다 싶었죠. 그때부터 도전이 시작됐어요."

남들은 10대때 다닌다는 연기학원도 20대, 대학 졸업 후에 등록했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작은 역이라도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사람을 많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하나의 직업만 갖기 보단 여러 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모든 일은 다 연관이 돼 있더라고요. 연기를 공부하면서 만난 친구 중에 한 명이 독립잡지를 준비 중인데, 그것도 너무 신기했어요. 세상은 넓고, 도전을 통해 경험하는 황홀함을 잊지 않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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