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상장 연기설에 발끈한 SK바이오팜...이유는?

입력 2020-04-14 17:50   수정 2020-04-14 20:36

≪이 기사는 04월13일(14:2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팜이 상장 연기설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장을 하반기로 미룬다는 일부 매체의 최근 보도에 대해 "내부적으로 연기가 결정된 바 없으며 올 상반기 내 상장한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13일 밝혔다. 상장 시기에 대해 여러가지 설들이 난무하자 난처해하는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예정대로 준비하고 있는데 왜 자꾸 유언비어가 나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이 상장 연기에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상장이 지연되면 SK(주)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SK바이오팜의 모 회사인 SK(주)의 주가는 2018년 2월 33만1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10만원 대까지 추락했다. 현재 18만원선 안팎까지 올라섰지만 회복 정도는 충분치 않다. SK바이오팜의 상장은 지주회사 SK(주)에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서둘러 연기를 발표하기보다 강행 의지를 보이는 편이 낫다.



해외 투자 업계에서 SK바이오팜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리는 것도 회사 측에서 걱정하는 부분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길리어드나 릴리, 바이오젠 등 치료제 개발기업이나 진단키트 개발업체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다.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제약사다. 이 회사가 개발한 뇌전증 신약이나 수면 장애 치료제는 항암제나 만성질환 치료제와 비교해 시장이 크지 않다.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병도 아니어서 주목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작년 11월 독자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가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을 때 여세를 몰아 올 상반기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대형 이벤트로 이슈가 됐을 때 상장해서 흥행에 성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상장이 늦어질 수록 신약의 '약발'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두를 수 밖에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입장에서도 SK바이오팜은 연내 상장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최 회장의 자산 가치를 증식시킬 수 있는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다. SK바이오팜은 최 회장이 최대 주주(지분율 18.44%)인 SK(주)가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

SK는 약 30년 동안 신약개발에 쏟아부은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SK는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SK이노베이션 아래 합성의약품 연구팀을 가져와 직속 부서로 만들었다. 이 부서가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만들어진 회사가 SK바이오팜이다. SK는 지속적인 내부 증자를 통해 SK바이오팜을 지원 사격했고 그동안 안정적으로 신약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투입된 연구개발비만 조 단위에 이른다. SK 측은 SK바이오팜이 지난해 신약 2개의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고 본격적으로 매출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독립'해야할 시기인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올해부터 신약 판매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 지난해 미국에서 현지 영업 인력 110여명을 채용했고 별도의 마케팅 조직을 꾸렸다. 현지 유통 파트너와 계약해 제품을 떠넘기지 않고 SK라이프사이언스가 미국 전역에서 의약품을 직접 판매한다. 신약은 출시 이후 매출이 급격히 성장하는 게 아니라 처방이 서서히 늘어난다. 상장으로 조달한 공모자금으로 영업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엑스코프리는 출시 이후 6~7년 뒤인 2026년부터 매출이 정점에 이르러 최대 연 1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SK바이오팜의 상장 주관사 중 한 곳이 글로벌 투자자 유치에 부담을 느끼고 일부러 연기설을 흘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상장을 미루고 싶은데 회사 측이 꿈쩍도 하지 않자 은근슬쩍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언론에 노출시켜 여론 조성에 나섰다는 것이다. 대면 미팅을 통한 해외 IR(기업설명회)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주관사들 사이에서도 상장 시기와 관련해서는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5조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8년 골드만삭스는 SK의 가치를 평가하면서 SK바이오팜의 가치를 2조2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성공 확률을 50%로 계산했을 때다. 엑스코프리가 FDA 허가를 획득했기 때문에 이 수치의 2배인 4조4000원에서 5조4000억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