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증권·보험사 등 非은행권에 사상 첫 직접 대출한다

입력 2020-04-16 17:36   수정 2020-10-15 18:26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 비은행 금융사에 대한 직접 대출에 나선다. 증권사 등 2금융권의 자금난을 완화하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임시회의를 열어 다음달 4일부터 석 달 동안 금융회사에 10조원 규모의 대출을 해주는 내용의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 신설 및 운용방안’ 안건을 처리했다. 대출 대상은 은행 39곳과 증권사 15곳, 보험사(자기자본 3조원 이상) 6곳, 한국증권금융 등 금융회사 61곳이다.

한은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한국증권금융 등을 경유해 2금융권 회사를 지원한 적은 있다. 당시 종금사 지원을 위해 한국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 등에 3조원을 지원했다. 직접 대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이번 결정에 대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업을 하는 영리기업에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 이상의 찬성으로 대출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한 한은법 80조를 근거로 들었다.

한은은 대출을 해줄 때 우량 회사채(AA- 등급 이상)를 담보로 받기로 했다. 대출 담보로 회사채를 받아주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대출 만기는 6개월이며 금리는 통화안정증권에 0.85%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연 1.54% 수준이다. 한은은 금융회사와 금융시장 반응을 보고 이 제도의 운용 기간 연장과 대출 규모 증액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은이 증권사 등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커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실적이 나빠진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회사채 수급 여건이 악화된 데다 일부 비우량 회사채·기업어음(CP) 금리도 치솟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기관투자가들의 회사채 수요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며 “비상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이 같은 대출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한은, 증권·보험사 등에 10조 직접 대출…회사채·CP 발행 시장 '숨통' 트이나

한국은행이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10조원 규모의 대출에 나서는 것은 자금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돼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진 데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중개하는 증권사들의 자금 사정마저 팍팍해지고 있다.

올해 4~12월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의 회사채와 CP 규모는 각각 20조6000억원, 15조4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갈수록 회사채·CP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실적이 나빠진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에너지(신용등급 AA+) 에쓰오일(AA+) 롯데쇼핑(AA) 등의 신용등급 전망은 지난 13~14일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아졌다. 회사채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채권가격이 하락(채권금리 상승)해 이 채권을 사들인 기관투자가가 평가손실을 입을 우려가 커진다. 이 같은 우려에 기관이 투자를 꺼리면서 회사채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16일 기준 국고채 3년물과의 회사채 금리 격차(스프레드)가 1.14%포인트로 2010년 2월 26일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의 이번 비은행 대출로 회사채 발행 여건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한은의 대출을 재원 삼아 회사채를 최대 10조원어치만큼 인수할 여력이 더 생겨나기 때문이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증권사도 이번 한은의 조치로 한숨을 돌릴 전망이다. 한은은 당초 증권사에 초점을 두고 회사채 담보대출 제도를 운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사채시장 불안이 빠르게 퍼지면서 채권 주요 투자자인 은행·보험사도 대출 지원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우량 회사채로 좁힌 대출 담보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비우량 회사채로 범위를 넓히면 중앙은행의 손실이 커지고 그만큼 국민에 전가되는 부담도 확대된다”며 “우량 회사채시장 여건이 좋아지면 비우량 회사채, CP시장의 어려움도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날 자금시장 안정화 대책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채권시장안정펀드, 회사채 발행 지원프로그램(P-CBO), CP와 단기사채 매입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추진할 때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해나가겠다”며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실물 경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김익환/성수영 기자 lovepen@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