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동학개미의 힘…외국인도 백기투항하나?

입력 2020-04-19 16:56   수정 2020-04-20 00:43

“한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떨고 있다. 예측기관은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기업 실적도 최악으로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최저점 대비 31% 급등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요즘 뜨는 행동주의 경제학의 전형적인 시험 문제다. 행동주의 경제학은 주가를 예측할 때 ‘프레이밍 효과’를 중시한다. 경기와 기업 실적뿐만 아니라 통화정책과 시장의 반응, 그리고 주식 투자자의 심리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기와 기업 실적에만 초점을 맞춰 주가를 예측하는 종전의 경제학과는 구별된다.

‘증시는 심리다’라는 표현이 나온 지 오래됐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과 개인까지 연계 가능한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가 결정에 주식 투자자의 심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심지어는 주식 투자자가 생각한 대로 주가가 결정된다는 ‘자기실현적 가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경기와 기업 실적 그리고 투자자의 심리를 감안해 주가를 설명한 조지 소로스의 자기실현적 가설로 한국 증시의 현 상황을 진단해 보자. 코로나 사태를 맞아 한국 경기와 기업 실적이 최악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코스피지수는 한순간에 1457로 급락했다. 투자자의 심리가 ‘극단적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내다팔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이달 들어서는 경제활동이 재개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주식 투자자의 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겨지면서 코스피지수가 거래일 기준으로 불과 20일 만에 1914에 도달했다. 증시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을 보는 눈이 바뀌었다. 금융이 실물경기를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코로나 사태를 맞아 무제한 양적완화를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통화정책이다.

사상 최대로 풀린 돈이 증시로 유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기준금리가 제로(혹은 마이너스)로 떨어진 여건에서는 은행에 돈을 넣어도 이자를 기대할 수 없다.

“투자자들이 왜 한꺼번에 증시로 몰려가는가”란 질문은 미국 예일대 교수인 로버트 실러의 ‘내러티브 이코노믹스(narrative economics·이야기 경제학)’로 풀어낼 수 있다. 실러 교수는 ‘주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믿음이 생기면 설령 경기와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더라도 이 같은 믿음이 소셜미디어, 입소문 등을 통해 전파돼 주가가 오른다고 주장한다.

시험 문제에 대한 답이 나왔다. 지난달 19일 코스피지수가 1457로 떨어졌을 때 2차 폭락이 올 것이라고 봤던 비관론자는 이 점을 경시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코스피지수가 1900대로 수시로 떨어진 점을 감안할 때 주가 수준만을 놓고 보면 코로나 충격이 거의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 주가 상승의 일등공신은 ‘동학개미’다. 외국인도 돌아왔다.

증시 앞날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 증시 궤적을 토대로 ‘낙관·비관지수(OPI)’를 구해 현재 코스피지수와 투자자 심리를 평가해 보자. OPI는 특정 시점에 제시된 주가 예상치 중 가장 낮은 것을 ‘0’, 가장 높은 것을 ‘100’으로 하는 팬 차트로 0~25 구간은 ‘극단적 비관’, 25~50 구간은 ‘비관’, 50~75 구간은 ‘낙관’, 75~100 구간은 ‘극단적 낙관’으로 구분된다.

현재 코스피지수와 투자자 심리는 ‘낙관’에 속한다. 같은 방법으로 각국의 주가 수준과 투자자 심리를 평가해 보면 중국은 ‘비관’과 ‘낙관’의 임계수준에 놓여 있다. 미국과 일본은 ‘비관’으로 한 단계 개선됐다. 코로나 사태로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국가는 ‘극단적 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코스피지수는 경기와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계속 형성되면 투자자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2차 상승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대가 꺾일 경우 투자자 심리가 ‘비관’ 쪽으로 악화되면서 조정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분할 매수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차익 실현도 중요해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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