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의 기업워치]코로나가 휩쓴 회사채 시장, 신용도 보다 업종이 투심 가른다

입력 2020-04-20 08:56   수정 2020-04-20 08:58

≪이 기사는 04월17일(17:0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단순히 신용도에 따라 우량·비우량 기업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업종에 따라 투심이 갈리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음식료업종에만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당분간 신용도 뿐만 아니라 업종에 따른 투자 수요 쏠림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리온이 7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 예측에 350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앞서 이달 초 진행한 롯데푸드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1400억원이 몰렸다. 당초 예상한 발행 규모는 700억원이었다.

한 대기업의 재무 담당자는 "코로나19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음식료업종에 속하면서 신용도가 나쁘지 않은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실제 오리온과 롯데푸드처럼 이른바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음식료 업체에 대한 투자 수요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대부분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음식료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외부 활동을 자제하더라도 먹을 것은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기업들이 코로나19발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우려하고 있지만 음식료 업체들은 올 1분기 이후에도 실적이 괜찮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증권사 임원은 "최근 회사채 시장과 주식 시장에서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식 시장에서 경기 상황에 영향을 덜 받고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음식료 업체들이 경기방어주로 각광받고 있는데 회사채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정유 및 석유화학, 의류·호텔·항공 업체들은 투자 수요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는 재무 상태와 암울한 실적 전망을 토대로 앞다퉈 신용등급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고 있어서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지난 13일 21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고작 6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은 AA-로 나쁘지 않지만 부정적 등급전망을 달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신용평가사가 부정적 등급전망을 매긴 기업만 20여곳에 달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태평양물산, 신원, 패션그룹형지 등 의류 업체의 등급 전망을 잇따라 떨어뜨렸다. 코로나19로 국내외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돼 올해 영업실적이 큰 폭으로 저하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다중 이용 시설 방문 등의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패션 제품에 대한 소비 활동이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CJ CGV의 신용등급(A+)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 관람객이 급감하고 국내외 사업장에서 무기한 휴업이 이뤄져 수익창출능력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엘에스아이앤디(BBB+)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BBB+)의 등급전망을 각각 부정적으로 낮췄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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