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에도 외화조달 잇따라 성사

입력 2020-04-20 15:09   수정 2020-04-20 15:11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시 중단했던 외화 조달을 재개하고 나섰다. 한국석유공사와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이 잇따라 해외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성사시켰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더는 미루지 않고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외화 조달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이은 해외채권 발행 성공

신한은행은 지난 8일 5억달러(약 6080억원)어치 5년 만기 글로벌본드를 발행하기 위해 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23억달러(약 2조800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넉넉한 투자 수요가 모인 데 힘입어 오는 24일 채권을 발행해 목표한 금액을 조달한다.

이 은행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작은 대만을 조달 무대로 택해 대규모 투자수요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외국 기업이 대만에서 다른 국가 통화로 발행하는 채권인 포모사본드는 사전에 투자 수요를 파악하기 쉽고,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편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채권 희망금리를 3개월 리보 금리(런던 은행간 대출 금리)에 2.1%포인트를 더한 수준으로 제시했다. 최종 가산금리는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1.7%포인트로 결정됐다. 신한은행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다섯 번째로 높은 ‘A+’다.

지난 1~2개월간 움츠렸던 주요 기업들도 다시 해외 채권 발행에 나서기 시작했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가 지난 7일 18억달러(약 2조1900억원)어치 채권을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한국석유공사(2억스위스프랑)와 산업은행(5억달러) 등이 연이어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채권시장에선 특히 한국 채권의 벤치마크(기준 가격) 역할을 하는 산업은행이 ‘흥행’ 속에 외화 조달을 성사시킨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산은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세 번째인 AA로 한국 정부 신용도와 같다.

○이제는 금리 높여서라도 조달

기업들은 투자심리가 크게 가라앉은 만큼 평소보다 채권 금리를 크게 높이는 전략을 앞세워 외화 조달을 도모하고 있다. 산은만 해도 이번 채권의 희망금리를 3개월 만기 리보금리에 1.8%포인트를 더 얹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실제 가산금리는 1.45%포인트로 결정됐다. 지난 2월 글로벌본드 발행 당시 변동금리로 찍은 3년물에 적용된 가산금리가 0.35%포인트였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의 금리 상승을 받아들인 셈이다.

코로나19가 대유행(팬데믹)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크게 뛴 신흥국 채권금리가 한동안 진정되기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아시아 투자적격등급(BBB-~AAA) 회사채와 미국 국채 간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1월 20일 1.17%포인트에서 지난 16일 2.62%포인트로 대폭 확대됐다. 신용등급 ‘BB+’ 이하인 투기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같은 기간 4.36%포인트에서 9.72%포인트로 벌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이미 1~2개월 전부터 기업들이 금리를 높여서라도 채권을 발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다시 외화 조달 준비를 시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상황을 관망하던 다른 기업도 속속 외화 조달행렬에 합류할 것이란 기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은행, 미래에셋대우, 수출입은행, 한국도로공사, 한국동서발전 등이 이달 해외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재무구조가 크게 나빠진 기업이나 투자위험이 높은 후순위 성격의 채권을 발행하려는 기업이 아니라면 외화 조달을 시도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은 “산은과 신한은행 등이 금리를 높이면 외화 조달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한동안 자금 조달 일정을 정하지 못했던 기업들이 조만간 채권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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