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약 나선 영등포, 여의도를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키운다

입력 2020-04-21 17:41   수정 2020-04-22 00:57


강남과 여의도 개발이 이뤄지기 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영등포역 인근은 한강 이남의 유일한 시가지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00년 경인선이 들어설 때 서울역보다도 먼저 지어진 역이 영등포역(당시 노량진역)이다. 영등포역 인근엔 유흥가와 상가가 밀집했다. 일자리를 찾으려고 서울로 올라온 사람과 유흥가 종사자들이 영등포역으로 몰려들었다. 쪽방촌은 그때 형성돼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다. 영등포구에 따르면 이곳에는 건물 67개 동에 541개 쪽방이 있다.

영등포역 옛시가지는 환골탈태하고 있다. 역 앞 영중로를 가득 메웠던 노점상은 이미 사라졌다. 쪽방촌은 2023년까지 신축 주택단지로 탈바꿈한다. 1936년 문을 열어 서민의 배고픔을 해결해준 밀가루공장인 문래동 대선제분은 첨단 문화시설로 바뀐다. 타임스퀘어 바로 앞에 있는 집창촌도 민간 개발이 검토되고 있다.

50년 숙원 쪽방촌 철거한다


영등포구는 지난 1월 쪽방촌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영등포구가 발표한 ‘쪽방촌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따르면 360여 명이 살고 있는 영등포 쪽방촌 일대 1만㎡ 부지가 공공주택으로 탈바꿈한다. 주민들은 1.6~6.6㎡ 정도인 기존 쪽방보다 2~3배 넓은 16.0㎡의 영구임대주택에서 살 수 있게 된다. 임차료는 월 평균 22만원에서 3만2000원으로 낮아진다. 취업 알선을 맡는 광야교회와 무료진료를 담당할 요셉의원,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토마스의집 등 돌봄시설도 유지된다.

신혼부부 행복주택과 민간 분양 주택 830가구도 공급된다. 행복주택단지에는 국공립 유치원과 도서관, 카페도 설치될 예정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영등포구는 2021년까지 토지 소유자 보상을 마치기로 했다.

쪽방촌 개발과 함께 영등포구의 숙원이 영중로 노점상 철거였다. 4m 너비의 보도를 가득 메운 노점상 탓에 사람 한 명 지나가기도 어려웠던 곳이 영중로였다. 지금 영중로에는 노점상이 없다. 불법 노점상은 전부 사라지고 영등포구가 관리하는 26개 거리가게만 남았다. 영중로에서 불법 노점상이 사라진 건 50년 만이다.

지난해 3월 25일 영중로를 점유했던 노점상이 두 시간 만에 정비됐다. 2018년 10월 이후 영등포구청이 100여 차례 설명회를 열면서 노점상들을 설득한 결과다. 지난 1월 ‘영등포 구정 인식 조사’에 따르면 영등포구민의 82.1%가 만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후 주거지가 늘어선 탓에 만성적으로 부족한 주차공간도 영등포구의 과제다. 지난해 영등포구의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80.12%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4위다. 서울시 평균인 101.9%에 크게 못 미친다.

영등포구는 자체적으로 주차장 부지를 매입하기보다 민간시설을 빌렸다. 교회 등 민간시설과 협의해 부설 주차장 829면을 확보했다. 대형 교회인 신길교회에서 250면, 공군호텔에서 50면을 개방하기도 했다. 건축주는 시설비를 보조받고, 주택가 주민은 저렴하게 주차장을 제공받는 식이다. 쓰레기 무단투기지역 등 자투리땅에도 377면을 조성했다. 이렇게 영등포구가 지난해 확보한 주차장만 1329면에 이른다.

여의도에 ‘도심공항 터미널’

영등포구는 여의도를 글로벌 금융비즈니스의 중심지로 키울 계획이다. 여의도로 오는 해외 금융권 관계자들이 더 편안하게 비즈니스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게 영등포구의 목표다. 영등포구는 국토부와 협의해 여의도 금융진흥지구에 공항터미널에서만 가능한 셀프체크인과 수하물처리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예컨대 여의도를 찾은 외국 금융권 관계자가 여의도에 설치된 수하물처리센터에 짐을 맡기고 체크인하면 공항에서는 비행기에 탑승하기만 하면 된다. 금융권 비즈니스 여행객이 여의도에서 임시로 일할 수 있는 업무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공유오피스 업체들과 플랫폼도 구축하기로 했다.

영등포구는 자체적으로 ‘핀테크 모델 경진대회’를 열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여의도에는 금융에 특화된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시설이 많지만 지금까지는 유명인사 초청 강연 위주의 콘퍼런스가 대부분이었다. 영등포구는 데이터 예측모델 경진대회 플랫폼인 미국의 캐글사 방식을 참고하기로 했다. 핀테크와 데이터과학계, 금융권 전문가들로 여의도 금융콘퍼런스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직위에서 제시한 이슈와 문제를 경진대회로 풀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여의도 행정 지원 컨트롤타워로 ‘여의도 국제금융 종합행정지원센터’도 신설하기로 했다. 영등포구는 이 센터에 여의도 금융진흥지구 전담반을 운영해 민간기업이 건물을 신축하는 경우 행정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일하는 해외 금융 관계자에 대한 비자 발급 지원과 해외 연기금 등 기관 유치활동도 벌일 예정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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