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통합당…"기득권 무너뜨려야 산다"

입력 2020-04-21 17:23   수정 2020-04-22 01:57


21대 총선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이 지도부 재편 문제를 놓고 1주일째 진통을 겪고 있다. 현 지도부를 해체하고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자는 데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비대위를 일상적 당무 처리와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으로 구성할지, 아니면 비대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중장기적인 당 쇄신을 이끄는 ‘혁신형’으로 할지에 대해선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시급한 것은 당의 체질 개선”이라며 “단기 미봉책인 전당대회를 통한 ‘간판’ 교체로는 당이 존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관리형으론 당 쇄신 또 공염불”

대다수 정치 전문가는 21일 통합당 비대위가 관리형이 아니라 혁신형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2~3개월짜리 관리형 비대위를 거쳐 7~8월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할 여력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차기 대권 주자 상당수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탓에 통합당 내에 리더십 경쟁이 다시 벌어지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올해 말 정도까지 혁신형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대선 후보군과 정책 대안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금 전당대회를 한들 ‘해체’ 직전 수준의 당 전면에 누가 나서려고 하겠느냐”며 “무게감 있는 비대위원장이 새 비전과 ‘좌표’를 제시한 뒤 당 안팎의 대권 주자들을 당내 경쟁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리형 비대위 무용론도 나온다. 통합당은 4년 전인 20대 총선 이후 세 차례 비대위 체제를 거쳤다. 그중 관리형 비대위로 분류되는 ‘김희옥 비대위’는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이 패배한 직후 출범해 전당대회가 치러지기 전까지 68일간 당 수습을 맡았으나, 무소속 복당 결정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그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당이 쪼개질 상황에 놓이자 불과 넉 달 만에 비대위 체제로 재전환했다. 김형준 명지대 전공자유학부 교수는 “총선 패배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 당 간판 얼굴을 바꾸는 데만 급급해 아무런 쇄신도 이루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김종인 말고 당 안팎에 누가 있나”

통합당 내부에선 외부 인사보다는 21대 총선 당선자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김태흠 의원은 전날 당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외부 인사를 데려와 당을 맡기는 것은 정체성도 의지도 없는 정당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통합당 내에 당 재건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 있는지에 의문을 나타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번 총선의 지역구 당선자 대다수는 영남권에서 배출됐다”며 “이들이 직접 나서 ‘영남 정당’이란 한계를 탈피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김형준 교수는 “‘관리형 비대위’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는 인사들도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고, 당내에 3선 이상 중진 중 신망이 두터운 인사도 많지 않다”며 외부 인사 영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종인 전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영입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전 위원장은 진보, 보수 중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경제통’으로 정책 비전을 제시할 능력도 갖췄다”며 “쇄신 과정에서 당내 반발을 잠재울 만한 카리스마도 있어 위기의 당을 이끌기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인성교양학부 교수는 “김 전 위원장을 필두로 ‘830세대’(1980년대생, 30대, 2000년대 학번)를 비대위원으로 세워 당내 기득권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했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당내 현역(92명)과 21대 총선 당선자(84명)를 대상으로 지도부 재편 방안 의견을 물은 뒤 22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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