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지 "'미친개' 부를 때나 지금이나 모두 짜이지 않은 제 모습이죠"

입력 2020-04-22 10:28   수정 2020-04-22 10:30


14세 때부터 댄서로 활동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고, 이후 연습생 시절을 거쳐 그룹 피에스타 래퍼로 데뷔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이제는 솔로 가수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예지는 '내 음악'에 대한 소신을 자신있게 말할 줄 아는 당찬 매력을 품고 있었다. 그간 지니고 있었던 센 이미지만으로는 그를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음악으로 몸소 증명한 예지였다.

지난 1월 발매한 싱글 '마이 그래비티(My Gravity)'부터 지난달 선보인 '홈(HOME)'까지 최근 솔로 가수 예지가 들려준 노래는 기존의 스타일과는 사뭇 달랐다. 많은 이들이 예지 하면 Mnet '언프리티 랩스타2'에서 '미친개'를 부르던 강렬한 래퍼를 떠올릴 텐데 그는 이 편견을 뒤엎기라도 하듯 감성적이면서도 트렌디한 분위기의 곡을 들고 왔다. 보컬적인 부분을 한층 살렸고, 여기에 랩은 물론 감각적인 퍼포먼스까지 더해 그야말로 솔로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

'홈' 활동 소감을 묻자 예지는 "오랜만에 하는 활동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역시나 무대에 서니 재밌더라. 정말 기분 좋게 활동했다. 예쁘고 멋있는 다른 아이돌들에 비하면 청순하지 않지만 나로서는 지금까지 했던 것 중 가장 청순에 가까운 앨범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달라진 곡 스타일에 대해 "다양한 걸 해보고 싶었다. 음악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간 거칠고 센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예지는 대중의 취향을 무조건적으로 쫓기보다는 음악에 진정성을 담고자 했다. 그는 "대중들이 예전에 내가 쓴 노래나 랩을 좋아해 줬던 이유가 그때 느낀 감정이 노래로 잘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친개'를 부를 당시에는 진짜 나의 내면이 그랬기 때문에 리스너들에게 진심이 느껴졌을 거다"라면서 "억지로 짜인 감정이 들어간 노래는 결국 듣는 사람들도 그게 가짜라는 걸 알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엔 정말 화가 없다. 일부러 '미친개' 같은 노래를 만들었다면 가짜라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억지스러운 것보다는 지금의 내가 느끼고 있는 걸 그대로 표현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마이 그래비티'다. 이 곡은 2년 9개월의 공백기 동안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된 노래다"고 말했다.

예지는 "공백기 전에는 나 자신에 대해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또 남들은 어떤 걸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긴 휴식이 끝나고 몰랐던 나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것들이 아예 새로운 게 아닌 이미 내가 지니고 있던 모습을 다시 찾은 것이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중력이라는 게 항상 존재하지만 살면서 매 순간 체감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중력처럼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던 것을 찾아가는 나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마이 그래비티'를 완성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이 그래비티'를 해결하고 나니 정작 '홈'은 술술 나오더라"고 전했다.


예지는 자신의 노래들을 '맛'으로 표현했다. '미친개', '아낙수나문', '사이다' 등 앞선 곡들이 '매운 맛'이라면 이번 '마이 그래비티', '홈'은 한층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순한 맛이다. 그는 어떤 스타일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지 고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모든 노래가 다양한 자신의 모습을 꾸밈없이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예지는 "슬프고, 화나고, 기쁜 기분처럼 내 음악은 그때의 나를 표현한다. 순간의 나에게 잘 맞는 걸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친개'를 부르던 23세의 나는 분노의 감정이 온몸에 차 있었다. 아마 그때의 내가 '마이 그래비티'를 들었다면 '이게 뭐냐'라고 반응했을 거다"고 말했다.

2년 9개월의 공백을 거치며 시간의 흐름대로 음악 역시 자연스럽게 스스로에 동화되었다는 말이었다. 예지는 "1년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었고, 그 이후로 음악 작업을 다시 했다. '마이 그래비티'는 당시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노래였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홈'은 '마이 그래비티'의 연장선이다. 다른 이들에게도 집 같은 존재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집의 의미가 누군가에게는 연인, 가족,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거다. 집이라는 키워드를 잡고 듣는 이가 알아서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팀으로 활동하다 노래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혼자 채우는 데에서 오는 부담은 없었을까. 예지는 "댄서로 시작을 했고, 회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할 때는 노래를 했다. 그러다가 피에스타 멤버가 되면서 여섯 명이 포지션을 나눠야하기 때문에 랩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기회가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거 아니냐. 그래서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왜 갑자기 노래를 하게 됐냐고들 하는데 시기적으로 이제는 보컬적인 면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또 지금의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랩보다 노래가 더 맞겠다고 생각한 것도 있다. 피에스타로 활동할 때부터 이런 기회 자체가 언제 올지 모르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과거 Mnet '언프리티 랩스타2' 출연 당시에 대해서도 짧게 밝혔다. "진짜 재밌었다"고 말문을 연 예지는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내게 잘 맞았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때의 나는 진짜 날 것이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비슷한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갈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절대 못 한다"고 답했다. 예지는 "'언프리티 랩스타2' 시청자분들이 나의 강한 모습을 좋아해주셨는데 이제는 내가 그걸 다 알지 않느냐. 나의 어떤 모습을 좋아해주시는지 알게 된 이상 또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그때처럼 날 것의 상태로는 방송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어느 정도 상황을 인지하는 순간 가식적으로 행동하게 될 거다. 시청자들은 그걸 다 안다"고 이유를 밝혔다.

끝으로 '센' 예지를 기대한 팬들에게 희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예지는 "다음 앨범은 '매운 맛'이 될 예정이다. 기존의 나를 떠올리면 생각날 만한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면서 "이번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팬분들을 잘 만나지 못했는데 다음 활동때는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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