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대비 위기대응팀 신설…기업 파트너 역할 키운다

입력 2020-04-23 16:01   수정 2020-04-23 16:03


국내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변할 경제·사회적 변화를 가늠하느라 골몰하고 있다. 위기대응팀을 신설하고 내부 역량을 총동원해 새로운 환경에서 기업들의 법률·자문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준비 중이다. 각자 인터뷰한 주요 로펌의 대표변호사 8인의 발언을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로펌 역할을 주제로 한 가상 대담을 꾸며봤다.

▷코로나19 이후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행동 예측이 쉽지 않다.

(안용석 광장 대표) 기업 자문만 평생 해왔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기업의 비즈니스맨들이었다. 전 세계에 나가서 물건을 팔고 협상하는 걸 지켜봤다. 국내 로펌이 성장한 것도 한국 기업들이 세계화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 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 전혀 다르다. 실물 위기이자 금융 위기다. 수요가 떨어지니 디플레이션 위기이고 각종 지원금을 푸니 인플레이션 위기다.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힘들다. 3개월 혹은 6개월 후 사람들의 행동 패턴은 달라질 것이다. 수개월간 매출이 떨어지고 자금 여력이 없어진 기업들이 다시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호한 규제개혁으론 안 될 것 같다.

(박균제 충정 대표) 로펌 자체도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시험해 본 기회였다. 요즘은 전자소송 시대여서 집에서도 법원에 제출한 기록들을 볼 수 있다. 화상회의 등 여러 정보기술(IT)을 활용하면 기업자문 등의 부문에선 탄력적인 근로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첨단 기술에 대한 사전 연구가 중요하다. 블록체인, 게임, e스포츠, 첨단 헬스·바이오 기술을 내세운 젊은 기업들이 많다. 다만 이들 기업엔 문제가 발생한 사후가 아니라 사전 자문과 법률 검토가 중요하다.

▷하반기 국내 법률 서비스 시장의 화두는.

(김성진 태평양 대표)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계속되고 있다. 결국 정부는 경제 회복을 꾀하면서 개혁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다. 기업들에 대한 공정거래나 조세(세금) 규제는 물론이고 경제 회복도 결국 자금 지원과 규제 완화와 연결돼 있다. ‘위기관리팀’을 신설했는데, 로펌의 총체적인 실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공정거래 조세 노동 등 모든 경영이슈가 형사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다.

▷국내 대형 로펌들은 외환위기 이후 급성장했다. 올해 법률시장이 커질 수 있나.

(강석훈 율촌 대표)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체가 변화를 겪으면서 잘되는 기업과 어려운 기업이 모두 나올 것이다. 현금성 자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이 이번 기회에 매물을 사려고 할 수 있다. 항공사나 숙박업, 자동차업계 등 많은 업종은 이미 어려움이 가시화됐다. 구조조정이나 기업 자금조달, 인수합병(M&A) 자문 수요 등 법률 시장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본다.

(정진수 화우 대표)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굉장히 많은 거래(deal)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 현재는 모든 딜이 멈춰서 있다. 현지에 가서 실사도 못하지만, 기업 가치가 뚝뚝 떨어지거나 올라가는 상황에선 딜이 안 된다. 고난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 우리 로펌들의 실력은 충분하다.

▷10년 전만 해도 법률시장 개방의 타격이 클 줄 알았다.

(안 대표) 외국 로펌과 고객들이 국내에 진출하던 2007~2008년 이미 우리 대형 로펌들은 글로벌 수준에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다. M&A는 몇몇 분야를 빼면 서비스 범위와 인력, 국내법 이해도 등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다. 외국 로펌들이 지금까지 국내 사무소 수준에 머무는 이유다. 이제는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글로벌 기업들도 우리 로펌을 찾는다.

(정진수 화우 대표) 국내 대기업들이 세계로 진출하면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고, 사내 변호사와 법무팀의 눈높이도 올라갔다. 훨씬 복잡한 자문과 솔루션을 원한다. 비법률가인 전문가들이 다수 로펌에 합류하면서 규모와 역량이 모두 상승했다.

▷대형 로펌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김두식 세종 대표) 국내 변호사가 수백 명인 로펌들이 5~6개다. 그동안 경쟁 잣대는 국내외 변호사들의 수 증가와 사건 수임 증대를 통한 매출 규모였다. 이걸로 순위를 매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식의 경쟁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한정 대형화를 추구하기에는 내부 협업과 로펌 파트너들의 수익성 등 고려할 부분이 많다. 로펌 사이에서 변호사들의 왕래도 많아졌다. 문화적 이질감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는 적절한 수익성과 로펌의 연속성 등도 중요해질 것이다. 각자 나름의 문화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본다.

(정계성 김앤장 대표) 결국 로펌의 경쟁력은 훌륭한 변호사와 우수 인재, 전문위원들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고 이들이 고객에게 얼마나 헌신하느냐가 좌우한다. 여기에 엄정한 윤리의식과 로펌 내부의 유대감 및 신뢰가 동반돼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제감각과 전문성을 겸비한 우수 인재 및 전문가 영입에 계속 나설 계획이다.

▷코로나19 이후 신보호주의 등으로 기업들의 해외사업이 더 어려워질까.

(임성택 지평 대표) 당장은 국경 간 이동과 거래가 위축되더라도 세계화는 되돌릴 수 없다. 글로벌 공급망도 마찬가지다. 국내 로펌들이 우리 기업을 따라 중국이나 러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으로 진출하는 이유다. 처음에는 국내에서 파견한 변호사들도 순환 근무를 했는데 전문화를 위해 포기했다. 해외에 진출하려는 중소·중견·스타트업들이 손쉽게 법적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젊고 글로벌한 로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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