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2030 계약직·알바부터 잘렸다

입력 2020-04-22 12:34   수정 2020-04-22 12:36


광주에서 모델하우스 홍보 도우미로 일하는 박소연(30·가명) 씨는 최근 3개월 간 일을 전혀 하지 못했다. 올해 광주에선 분양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모델하우스 인력 파견업체에 여러 차례 문의를 해봤지만 당분간 분양 일정이 확정된 곳이 없어 일거리를 주기 힘들다는 얘기만 들었다. 박 씨는 “올 초엔 청약 이관 업무 탓에, 지난 달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문을 연 모델하우스가 없었다”며 “올해 내내 수입이 전혀 없어 앞으로 생활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 사태를 맞아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 통상 4월은 본격적인 봄 분양 성수기로 꼽히며 건설사마다 아파트 공급을 쏟아내는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2·20 부동산 대책 발표에 이어 코로나 확산으로 분양 물량이 크게 줄면서 도우미 등 분양 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부동산 매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봄 이사철 성수기지만 문을 닫는 부동산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우려로 집을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없어서다.

◆분양 시장 올스톱에…모델하우스 종사자들 "생계 막막해"

올해 1분기 새 아파트 분양 실적은 최근 5년 내 가장 적었다. 22일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 인포에 따르면 1~3월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2만3995가구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3만2641가구보다 8646가구 줄어든 수치다. 당초 5만5400여가구가 분양 시장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실제 공급은 절반에도 미치치 못했다. 2016년 4만671가구, 2017년 3만2205가구, 2018년 3만2935가구 등 최근 5년 간 분양 물량 중 가장 적은 수치다.

이달 분양 경기는 더 최악일 것으로 보인다. 민간연구기관인 주택산업연구원이 매달 조사·발표하는 4월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는 전달보다 더 악화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4월 전국 HSSI 전망치가 52.2를 기록해 전달보다 14.5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가 50선으로 나타난 것은 조사 이래 최초다. 이 지수는 건설사들이 느끼는 분양 사업 전반에 관한 체감 경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100보다 낮으면 분양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분양 시장이 위축되면서 분양 현장 일자리도 실종됐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분양하는 모델하우스 한 곳에는 도우미와 상담사, 아르바이트생까지 약 50명의 인력이 동원된다. 하지만 최근엔 분양이 미뤄졌거나 청약을 진행하더라도 사이버 모델하우스만 운영하는 현장이 대부분이다. 전화 상담 업무를 하는 상담사 외에는 사실상 실직 상태가 됐다. 모델하우스 현장이 열릴 때만 일할 수 있는 20~30대 단순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생들이 대부분 직격탄을 맞았다.

모델하우스에 분양 업무 인력을 파견하는 한 회사의 대표는 “한 현장에 도우미 등의 인력을 전화 상담 업무로 돌리며 최대한 인력을 배치해도 25~30명에 그친다”며 “기존 인력의 절반 가량은 일자리를 잃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도권 아파트는 온라인 홍보나 사이버 모델하우스만 열고도 흥행할 수 있지만 지방 분양단지는 사전 영업부터 광고, 홍보, 모델하우스 개관까지 전방위적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이 판매에 큰 영향을 줘서다. 특히 지역 내 수요자들이 가진 청약통장 개수가 부족한 탓에 흔히 ‘줍줍’이라고 부르는 미계약 물량의 판매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에 아예 분양 일정을 스톱하고 뒤로 미루는 경우가 늘었다.

대전에서 모델하우스 홍보 도우미로 일하는 김모 씨(27)는 “인맥이 많고 현장에서 오래 일한 베테랑 직원들은 다른 지역에 전화 상담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거리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당분간 분양 일정이 확정된 현장이 별로 없어 올해 생계가 막막할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개업소들 "폐업 고려 중"

아파트 매매시장도 위축되면서 중개업소들도 비상이 걸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10만8677건을 기록해 전월 대비 5.7% 감소했다. 서울(1만6000건), 수도권(6만5000건)은 전월보다 2.1% 감소했으나 지방(4만3000건)은 전월보다 10.6% 줄어들며 감소폭이 컸다.

같은 기간 전월세 거래량도 전국에서 19만9000건으로 전월보다 10.9% 감소했다. 수도권은 8.4% 감소한 13만7000건이었고 지방은 15.8% 줄어든 6만3000건이었다. 전국 아파트 거래는 2018년 '9·13 부동산 대책' 후 한 차례 급감했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보였지만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12·16 대책'을 발표하고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한 데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다시 얼어붙었다.


이에 부동산 중개업소의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개업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3월 전국 부동산중개업소는 개업 1516건, 휴업 108건으로 집계됐다. 개업은 지난 2월 1890건 대비 19.8% 감소했다. 20여년만에 최저치다. 같은 기간 휴업은 12.5% 늘었다. 특히 지난달 울산, 충남, 경북, 경남 지역은 부동산중개업소 폐업과 휴업을 합산한 수치가 개업을 앞질렀다.

코로나19 감염증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에서는 문을 닫은 중개업소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수성구 범어동의 B공인 관계자는 “코로나19 우려로 집을 보러올 손님도 집을 보여줄 집주인도 없다”며 “중개업소들도 한 집 걸러 한 집이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수성구 K중개업소 대표도 “가뜩이나 대출 규제 등 정부의 각종 대책이 쏟아지면서 수성구 거래량이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이번에 전염병 공포까지 커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며 ”이젠 월세를 내기 어려워 폐업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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