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CEO, 이제 '넷플'만 있으면 슬기로운 집콕생활

입력 2020-04-23 15:33   수정 2020-04-23 15:35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La Casa de Papel)’은 실패한 TV 드라마였다. 시작은 좋았다. 2017년 5월에 방영된 첫방송 시청자가 450만 명에 이르면서 ‘대박’을 치는 듯했다. 강도 8명이 스페인 조폐국에 침입해 화폐를 찍어내고 이를 훔쳐 달아난다는 줄거리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는 시들해졌고, 시청률은 반토막 났다.

그런 와중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제작진과 계약을 맺고 전 세계 회원들이 종이의 집을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반전이 일어났다. 세계 곳곳에서 종이의 집 신드롬이 일었다. 종이의 집은 넷플릭스에서 두 번째로 조회 수가 많은 드라마가 됐다. 배우들은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났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업계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TV와 영화관을 밀어내고 세계적인 콘텐츠 유통 경로로 자리 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다수 기업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반면 넷플릭스는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위기 때마다 ‘퀀텀 점프’를 이뤄낸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성공 스토리가 재조명받고 있는 이유다.

혁신 또 혁신

헤이스팅스가 늘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인 그는 1997년 넷플릭스를 설립했다. 인터넷을 뜻하는 ‘넷’과 영화 주문을 의미하는 ‘플릭스’를 합쳐 사명을 지었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주문하면 비디오테이프를 우편으로 배송해주는 회사였다. 직원 30명에 콘텐츠가 1000개도 안 되는 영세 업체에 불과했다.

헤이스팅스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회사를 업그레이드했다. 1999년 월 5달러를 내면 넷플릭스의 비디오테이프를 무제한 빌릴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른 업체와 달리 연체료도 받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회원 수는 급속도로 불어났다. 급기야 미국 최대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 업체였던 ‘블록버스터’의 경쟁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늘 적자에 시달렸다. 이용 요금이 저렴했던 데다 비디오테이프 유통 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헤이스팅스는 또 한 번 변신을 꾀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 이어 미국 내 각 지역에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콘텐츠 유통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덕분에 비디오테이프를 신청하면 당일 또는 다음날 받아볼 수 있게 됐다. 비디오테이프가 사라지고 대량 유통이 가능한 DVD가 등장하면서 유통 속도가 빨라진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인기를 끈 서비스는 콘텐츠 추천 시스템이었다. 고객의 DVD 대여 목록을 분석해 취향에 맞는 영화와 드라마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이 같은 노력은 2000년대 들어 점차 빛을 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2003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2005년에는 3만5000여 개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하루 100만 개의 DVD를 유통하는 대형 콘텐츠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자유와 책임’의 조직문화

헤이스팅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7년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를 출시했다. 당시 넷플릭스 외에도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는 많았다. 대부분 무료였는데 소비자들은 동영상을 볼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뜨는 광고를 억지로 봐야 했다. 넷플릭스는 유료 회원제를 고집하는 대신 광고를 없앴다. 그러자 넷플릭스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콘텐츠 제작업체들도 넷플릭스에 영화와 드라마를 앞다퉈 제공했다.

넷플릭스는 2011년 또 한 번 사업 모델을 업그레이드했다. 콘텐츠 제작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제작 방식도 남달랐다. 제작자가 사사건건 감독의 작업에 간섭하는 할리우드 제작 방식을 피하고 감독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줬다. 이렇게 탄생한 첫 드라마가 미국 워싱턴 정가를 배경으로 한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2013년 출시 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 방송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 이어 나르코스, 마르코폴로 등 넷플릭스의 자체 콘텐츠는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 좀비 드라마 ‘킹덤’ 등 한국 콘텐츠 제작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각국의 문화와 언어를 깊이 이해하는 지역 전문가들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도록 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끊임없는 혁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조직문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책임도 크게 지우는 문화다.

헤이스팅스가 2009년 공개한 ‘넷플릭스 문화: 자유와 책임’이라는 문서에는 이런 철학이 엿보인다. △최고가 되든지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라 △‘열심히’보다 잘해야 한다 △평균적인 성과를 내는 직원 두 명보다 우수한 직원 한 명을 고용한다 등 내용이 담겼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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