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치료제 도전 기업 44社…메르스 때보다 6배 급증

입력 2020-04-23 17:26   수정 2020-04-24 01:5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진입이 해외 기업들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정부가 적극 도와주면 세계 최초로 백신을 상용화하겠다.”

지난 9일 경기 성남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학연병 합동회의’에서 성영철 제넥신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약속이다. 성 회장은 “제넥신은 DNA백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업”이라며 “20여 년간 쌓은 기술력에 자신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K바이오가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백신·치료제 개발뿐 아니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원료의약품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44곳 도전장

2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 중이거나 후보물질을 확보했다고 밝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모두 44곳이다. 국내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됐던 2015년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일곱 곳 안팎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다섯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 연구도 본격화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이달 초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엔지켐생명과학, 크리스탈지노믹스, 동화약품 등도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치료제 개발에 필수적인 임상 절차는 아니지만 치료제가 없는 환자에게 임시 치료제로 쓰기 위해 치료 목적 사용승인을 받은 곳도 이뮨메드, 파미셀, 젬백스, 안트로젠 등 네 곳이다. 엔케이맥스, SCM생명과학, 강스템바이오텍, 티스템 등도 치료 목적 사용승인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뛰어들면서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클래리베이트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으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은 156개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83개로 가장 많고 중국이 34개로 두 번째다. 한국은 13개로 세 번째로 많다.

“국내 신약 개발 인프라 성숙”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열풍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방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수 인력이 꾸준히 유입된 데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최적화, 임상시험 설계 및 수행 등 연구개발 역량이 쌓이면서 여러 업체가 발 빠르게 뛰어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2015년 한미약품이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5년간 20조원이 넘는 규모의 기술수출이 이뤄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자신감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신약 개발이 가능한 기술력과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면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도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암,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 치료제를 활발히 개발해왔기 때문에 그 기술을 신속히 코로나19에 응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항체치료제, DNA백신, 합성의약품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도 주목할 점이다. 바이오 기술 저변이 확대되면서 기존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재개발하는 신약 재창출과 기업들 간 전략적 협력을 모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제넥신은 수탁개발생산업체(CDMO)인 바이넥스, 이종장기 개발 기업 제넨바이오 등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지난달 구성하고 현재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원료의약품도 해외서 러브콜

신약 임상과 제조에 필요한 원료의약품 시장에서는 틈새시장이 열리고 있다. 주요 공급처인 미국과 유럽의 생산시설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면서다. 에스티팜은 최근 해외 5개 바이오기업으로부터 원료의약품 긴급 공급 문의를 받았다. 두세 곳과는 100억원대 규모의 계약 협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품질 관리와 안정적인 공급이 강점인 한국 대만 등이 원료의약품 공급지로 각광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미셀은 진단키트, 유전자치료제 등에 들어가는 원료인 뉴클레오시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미국 진단업체 써모피셔사이언티픽과 33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김현수 파미셀 대표는 “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오는 3분기 대규모 발주를 할 테니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했다. 헬릭스미스, 진원생명과학 등은 유전자치료제 원료인 플라스미드 DNA 생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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