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입력 2020-04-29 17:30   수정 2020-04-30 00:04

“이 세상에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다.”

무소유를 실천하며 많은 이에게 가르침을 주고 10년 전 세상을 떠나신 법정 스님의 마지막 책 《아름다운 마무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람은 물론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따뜻하게 대해야 진정한 대한민국을 이룰 수 있고, 믿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다.

배려는 짝 배(配), 생각할 려(慮)를 쓴다. ‘짝(배우자)과 같은 마음으로 타인을 생각한다’는 말이다. 배려는 영어로 ‘consideration’인데, 이 단어의 어원도 밤하늘의 별을 모아 보며 점을 칠 때 점치는 상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데서 출발해 ‘남을 자기 일처럼 깊이 이해한다’는 뜻이 됐다고 한다. 어떤 쪽이나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따스한 마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우리에게 불안과 공포를 안겨줬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국민이 가지고 있던 배려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손이 부족하다는 말에 곧바로 대구·경북 지역으로 모여든 의료진과 소방공무원들의 모습,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접 천 마스크를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 기부한 사연,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돈을 행정복지센터에 몰래 놓고 사라진 한 노인의 이야기까지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위하는 따뜻한 소식이 연일 이어진다. 물론 판로가 막힌 감자와 아스파라거스를 앞다퉈 구매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반 시민의 선한 일상도 들려온다. 이 소시민 영웅들의 이야기는 매일 이어지는 긴급재난문자의 날카로운 알림음 속에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누군가가 함께해줄 것이란 위안이 됐다.

이와 달리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나 생필품 사재기로 얼룩진 다른 나라의 상황을 보며 필자는 대한민국이 지닌 위대한 힘 중 하나가 배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했던 미국인 야구선수 조시 린드블럼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비결을 “한국인은 타인을 먼저 생각한다(They think of others first)”고 설명하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어려운 상황은 그간 각박한 삶 속에서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배려라는 마음을 새삼 일깨워줬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로 우리는 이 힘든 시기를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안정된 환경 속에서, 혼란 없이 매일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그 어떤 종교의 교리보다도 친절과 배려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며, 배려가 지닌 힘으로 진정한 대한민국을 이룰 수 있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2020년 초파일 아침, 다시 한번 큰 울림을 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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