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한국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분야"...산업 AI에 투자하는 대기업과 VC들

입력 2020-05-04 09:17   수정 2020-05-06 15:42

≪이 기사는 04월17일(06:3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생산성을 높여주는 산업 AI 개발업체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전문 벤처 투자가인 벤처캐피탈(VC)뿐 아니라 삼성, LG, 현대차, SK텔레콤, 에쓰오일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다른 스타트업(창업 초기 업체)과의 차이다.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인 한국은 학습할 데이터가 풍부해 산업 AI기술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으로 꼽힌다. 기업들 역시 국내 산업 AI 개발업체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4대 그룹 일제히 투자 나서

최근 산업 AI 개발업체 원프레딕트는 삼성벤처투자, 에쓰오일로부터 총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최종 150억원으로 지난 해 연말부터 진행된 시리즈B 투자 라운드를 마감했다. 이 회사는 작년 말 스톤브릿지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유명 VC들로부터 130억원을 투자 받았다. 또 다른 국내 산업 AI 개발업체 마키나락스 또한 지난 해 11월 약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마키나락스의 시드 투자에 참여했던 현대차를 비롯해 LG그룹의 투자 회사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4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이 일제히 산업 AI 분야 투자에 나선 셈이다.

산업 AI는 AI기술을 제조 과정에 도입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분야다. 제조 공장이나 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 진동이나 사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 뒤 딥러닝(심층학습) 기술을 통해 분석해 설비의 고장이나 이상, 제품의 불량 등을 진단하고 예측한다. 부품 단위에서 시작해 공장 전체의 생산성을 최적화시키는 솔루션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종전엔 오퍼레이터(생산원)들의 무형적 노하우에 맡겨져 있던 영역을 AI기술을 통해 자동화, 체계화시키는 것으로 ‘스마트팩토리’의 핵심 영역이다.



최근 투자를 유치한 원프레딕트와 마키나락스는 현재 국내 산업 AI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원프레딕트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윤병동 교수가 2016년 창업한 회사다. 원프레딕트는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결합해 설비의 고장 위험성과 잔여수명을 예측하는 솔루션인 ‘가디원’을 개발해 주목 받고 있다. 현대차, LG전자, 포스코 등 국내 기업을 비롯해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발전사, 글로벌 대형 업체인 셰플러, ABB 등이 주요 고객사다. 기계공학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AI기술을 접목해 일반 제조 분야 뿐 아니라 발전이나 변전 등 발전 분야까지 기술의 적용 분야가 넓다는 것이 원프레딕트의 강점이다.

마키나락스는 2018년 5월 SK텔레콤에서 스핀아웃(사업부 또는 사업의 독립)해 만들어졌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등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해온 윤성호, 이재혁 두 공동 대표를 중심으로 스핀오프 단계서부터 SK텔레콤과 현대차, 네이버로부터 투자를 받아 주목 받았다. SK그룹의 혁신 전략을 대표하는 주자인만큼 SK계열사와의 협업이 용이한 점도 마키나락스가 가진 이점으로 꼽힌다. 반도체, 자동차부품, 철강, 화학 등 제조업 분야에서 특히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시리즈A 투자엔 대기업 뿐 아니라 HB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 신한금융투자, 산업은행 등이 참여했다.

◆제조강국 강점 톡톡...수익력 검증은 과제

산업 AI 분야에 이처럼 대기업들의 투자가 몰리는 것은 생산 인구 감소와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 등으로 국내 제조업체들의 비용 압박이 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미국·중국·유럽 지역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기술을 통해 스스로 생산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공장을 구현하는 스마트팩토리는 원프레딕트나 마키나락스처럼 공장의 ’뇌‘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기술서부터 손·발에 해당하는 로봇 기술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완성된다. 대기업들은 삼성SDS, LG CNS, SK C&C, 포스코ICT 등 계열사를 통해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부 인력만으로 수십개의 공정, 수십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지는 생산 과정에 모두 참여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들이 전문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다.

성장 가능성 뿐 아니라 인수합병(M&A)이나 상장(IPO)등 회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VC들이 산업 AI개발업체에 주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 AI업체가 개발하는 기술은 전 세계 제조업체 뿐 아니라 글로벌 AI업체들이 인수를 통해 빠르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지난해 기계에 사람의 시각과 판단 기능을 부여하는 머신비전 기술에 딥러닝을 결합해 다양한 제품의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 수아랩이 머신비전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코그넥스에 2300억원에 매각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수아랩에 이어 원프레딕트 투자를 주도한 최동열 스톤브릿지벤처스 전무는 “글로벌 AI 패권은 미국과 중국이 잡고 있지만 산업 AI에서만큼은 세계 최고의 최적화 역량을 가진 한국이 뒤지지 않는다“며 “장래 매각 뿐 아니라 IPO를 통해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루션의 적용 분야를 개별 설비 단위에서 공장 전체 단위로 확대하고, 고유의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은 산업 AI업체들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원프레딕트와 마키나락스를 비롯한 국내 산업 AI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현재까지는 대부분 데이터를 보유한 대기업과 일종의 ’공동 연구‘식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일회성 용역료를 받는 것에 그쳤다. 이들 스타트업들의 목표는 이들이 개발한 솔루션을 사용하는 대기업들로부터 정기적으로 이용료를 받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애플처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개선) 시켜나가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것이다. 마키나락스에 투자한 한 VC 관계자는 “AI업체는 데이터가 축적될 수록 기술력과 수익창출력이 비례해서 높아진다“며 ”기술력을 얼마나 수익성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지가 향후 이들의 가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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