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의 기업워치]코로나 버텼지만 내려앉은 수익성에 'AAA 지위' 반납한 농협생명

입력 2020-05-06 07:29   수정 2020-05-06 09:39

≪이 기사는 05월04일(15: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농협생명보험이 국내 최고 신용등급 'AAA' 지위를 잃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타격은 크지 않았지만 농·축협조합에 내는 수수료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말 농협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IFSR) 신용등급을 종전 A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한 단계 차이지만 이번 조정으로 농협생명은 국내 최고 신용도를 갖춘 금융회사라는 '타이틀'을 잃게 됐다.

농협생명은 농협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다. 생명보험업계 4위의 시장 지위(보험료 수입 기준)를 갖고 있다. 전국 1118개 지역 농·축협조합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객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이렇게 탄탄한 시장지위에도 농협생명은 부진한 수익성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협생명은 2018년 갖고 있던 유가증권의 대규모 손상차손과 매각손실로 123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채권·수익증권 처분으로 이익을 냈지만 시장금리 하락과 헤지(위험회피) 부담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은 2.9%에 그쳤다. 2017년까지만 해도 3%대를 나타냈지만 2018년부터 2%대로 떨어졌다. 손해율까지 높아져 총자산세전이익률은 지난해 0.1%였다.

이 때문에 한기평은 지난해 6월 농협생명에 부정적 등급전망을 달고 지난달까지 수익성 개선 여부를 중점적으로 관찰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의미 있는 수준의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자 등급 강등을 결정했다.

주력 채널인 지역 농·축협조합에 지급하는 수수료와 농협중앙회에 내는 농업지원사업비도 부담 요인이다. 농협생명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타격을 크게 받지 않았다. 대면 영업이 줄면서 신계약 취급이 감소하긴 했지만 농·축협조합 채널의 초회보험료 감소 폭이 14%로 그리 크지 않은 덕분이다. 올 1분기 영업실적을 크게 좌우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코로나19에서 농협생명을 버티게 해준 농협금융 '후광'이 오히려 수익성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 농협생명은 실적 저하에도 매년 지급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늘리고 있다. 2017년 526억원, 2018년 628억원, 지난해에는 761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지급액은 농협생명 지난해 순이익(441억원)의 1.7배에 달한다. 올해는 지급액이 약 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송미정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지역조합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분할 설립 이전부터 지급한 위탁협약수수료가 부가돼 다른 채널에 비해 지급률이 높다"며 "지엽조합 채널 의존도가 높아 지급률을 크게 낮추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지급여력(RBC) 비율 관리도 숙제다. 농협생명의 RBC 비율은 20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보험사의 RBC 비율은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처럼 보험 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농협생명의 RBC 비율은 2017년까지만 해도 217.9%를 나타냈지만 2018년 195%로 떨어진 후 지난해에는 192.4%로 더 낮아졌다. 농협생명은 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유상증자와 자본성증권 발행 등 전방위적인 자본확충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시기와 규모는 확실치 않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농협생명에 여전히 AAA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사업기반이 우수한 데다 농협금융의 지원 가능성 등을 감안해서다. 하지만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달아 놔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 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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