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신용 강등에 대한 국내외 '경고음'

입력 2020-05-06 12:00   수정 2020-05-06 16:11

[05월 06일(12:00)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올 들어 국내 증권사들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라임 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까지 확대됐습니다.

수익 전망에 '비상등'이 켜진 데다 코로나19의 여파를 가늠하기도 어렵다 보니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달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등 국내 6개 증권사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습니다. 단기간 내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무디스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무더기 등급 강등을 예고한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금융당국은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에 공을 들였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대형화를 이뤘고,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위해 위험인수를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발채무 보증, 기업금융 대출, 해외 대체 투자 등입니다. 이에 따라 ROE는 높아졌지만 총위험액이 크게 늘었습니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총위험액 대비 영업용순자본 비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졌고요.

금융시장이 안정적일 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환율이 급등하고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주요 주가지수가 하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거든요. 파생결합상품 관련 추가 증거금과 헤지(위험회피) 비용이 늘게 됐습니다.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조달 여건도 나빠졌고요. 증권사의 유동성과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로 인해 IB 부문의 사업 기반 약화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등으로 증권사의 보유 자산 가치가 떨어지고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증권사들의 위험 요인을 은행 계열과 비(非)은행 계열로 나눠 점검해 눈길을 끕니다. 국내에서 자기자본 3조원을 초과한 증권사를 기준으로 보면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는 은행계로 나뉩니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은 비은행계로 나뉘고요.

2016년 이후 은행계와 비은행계 증권사 모두 총위험액이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다만 은행계와 비은행계 증권사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비은행계의 총위험액 증가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은행계와 비은행계 증권사 간 총위험액 격차가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죠.

은행계 증권사의 경우 4곳 모두 총위험액 대비 영업용순자본 비율이 과거 규제 수준인 150%를 웃돌고 있습니다. 비은행계 증권사 중에선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150%를 밑돌고 있고요. 비은행계 증권사가 영업용순자본 단위 당 위험을 더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가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의 자본적정성을 더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대형 증권사의 자체 헤지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잔액은 27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이 중 손실 발생 구간에 근접한 물량을 감안했을 때 은행계에 비해 비은행계 증권사의 위험 노출이 크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판단입니다. 자체 헤지의 경우 기초자산 변동에 따른 위험을 증권사가 부담하게 됩니다. 따라서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을 수록 증권사의 위험 노출이 커지게 되죠. 나이스신용평가는 자체 헤지 비중이 60%를 초과하면 위험 노출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이에 해당합니다.

우발채무 문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재무제표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우발채무 형태의 위험 인수를 통해 이익 다변화를 모색했습니다. 금융위기 이전에 건설사들이 주로 담당하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신용보강을 증권사들이 대신하게 된 겁니다.

부동산 PF 우발채무 확대는 부동산 경기에 따른 증권사의 신용위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고요. 수요 감소가 나타나고 있는 지방, 비거주용, 해외 대체 투자 관련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발채무는 절대 규모보단 관련 위험이 현실화했을 때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발채무 규모가 자기자본 대비 100%를 초과하면 자본적정성 저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요.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가 100%를 웃돌고 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특히 메리츠증권의 우발채무 규모가 자기자본에 비해 과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외 대체 투자를 보겠습니다. 8개 대형 증권사의 해외 대체 투자는 자산별로는 부동산, 지역별로는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늘었습니다. 2017년 만해도 자기자본의 15%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3.9%로 확대됐죠. 이런 여러가지 요인을 종합해봤을 때 나이스신용평가는 비은행계 증권사에 대한 관찰 강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하네요. 은행계 증권사에 비해 신용위험 증가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죠. 대형 증권사에 대한 경고가 국내외에서 울리고 있는 만큼 유심히 신용도 변화 추이를 살펴봐야 할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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