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손뗀 '매그나칩반도체'…디스플레이·전력칩에 '올인'

입력 2020-05-07 16:56   수정 2020-05-07 16:58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의 명가 매그나칩반도체가 새 출발을 선언했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사업부를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한 사모펀드에 매각한 것. 회사 측은 ‘집중과 선택’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사업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칩)과 전력 솔루션 사업 등에 집중한다는 게 매그나칩이 제시한 청사진이다.

○선제적 구조조정 나선 매그나칩

매그나칩은 지난 3월 31일 파운드리 사업과 청주공장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와 크레디언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가 매입자다. SK하이닉스도 두 기관이 인수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세운 사모투자합자회사(PEF)인 매그너스에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했다. 출자 비중은 49.8%다. SK하이닉스가 과감히 지갑을 연 것은 매그나칩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매그나칩은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사업부에서 출발한 회사다. 경영난을 겪던 2004년 CVC캐피탈에 매각되면서 독립 회사가 됐다.

전체 매각대금은 4억3500만달러다. 현금 3억4470만달러와 고용 승계 직원들의 퇴직 충당금을 합한 액수다. 파운드리사업부와 청주공장에서 근무한 임직원 1500명의 고용은 그대로 승계된다. 거래 종료까지는 4~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준 매그나칩 대표는 “파운드리 사업과 청주공장을 세밀히 평가해 매각을 결정했다”며 “확장성이 큰 신사업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매그나칩은 향후 디스플레이 및 전력 솔루션 사업 육성, 구미공장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높은 경쟁력을 갖춘 일류 제품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그나칩은 매각 대금을 부채를 갚는 데 쓸 예정이다. 재무 구조를 튼튼히 한 뒤 남은 여력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회사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도 이번 매각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까지는 파운드리 회사인지,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인지 모호한 부분이 있었다”며 “파운드리 사업 매각을 계기로 ‘디스플레이와 전력칩을 만드는 회사’로 포지셔닝하겠다”고 말했다.

○구미공장은 계속 운영

매그나칩의 핵심 비즈니스는 OLED DDI칩과 전력 솔루션 사업이다. 이 두 부문의 매출은 최근 4년 동안 각각 260%, 111% 증가했다.

비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로 유명했던 매그나칩은 최근 몇 년 사이 OLED DDI칩 업체로 변신을 마친 상태다. 패널 업체를 보유하지 않은 논캡티브(non-captive) 기업을 기준으로 OLED DDI칩 분야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팔리는 OLED 스마트폰엔 어김없이 매그나칩의 제품이 들어간다. 기술 수준도 상당하다.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28나노 제품은 전력 소모량을 줄였다는 점 때문에 호평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는 스마트폰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이 향후 4년간 연평균 14%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 솔루션도 매그나칩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다. 스마트폰 배터리 전력 효율을 높이는 배터리 FET(field effect transistor), 가전 등에 들어가는 슈퍼정션모스펫 등이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전력 솔루션의 종착역은 전기자동차”라며 “2014년부터 시작된 1만 시간 테스트가 끝나면 파워 반도체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조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8인치 웨이퍼를 생산하는 구미공장은 계속 가동한다. 파워 디스크리트(discrete) 전력 제품은 구미공장에서 생산하고, OLED 관련 제품과 전력 제품만 팹리스(설계만 하고 생산은 아웃소싱)로 운영할 예정이다. 매그나칩은 구미공장의 월간 웨이퍼 생산 능력을 현재 약 3만 장에서 5만 장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 품목도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용 칩 등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방침이다.

김 대표는 새로운 매그나칩의 청사진으로 ‘진정한 글로벌 회사’를 제시했다. 그는 “국적이 큰 의미가 없는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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